고유가 시대의 디젤차 高인기, 정말 대세인가?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효율이 좋은 디젤차의 인기가 '대세'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몇몇 브랜드에 의한 인기로 실제 디젤차 수요는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등록한 수입차 10만5,037대 가운데 가솔린차는 6만4,181대로 전체에서 61.1%로 나타났다. 디젤차는 3만6,931대를 기록 35.2%의 비중을 차지했다. 디젤이 35%의 점유율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무려 10%P 높아진 수치다. 이처럼 디젤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우선 '고유가'의 힘이 크다. 실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기름 값은 7.9% 올랐다. 가솔린 대비 30% 가량 열효율이 좋은 디젤이 기름값 상승에 충분히 대응한 셈이다. 또한 세금이 적어 가솔린보다 저렴한 연료가격도 한 몫 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따라서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디젤차는 '대세'라는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 최근 신차가 나오면 디젤 엔진 장착 여부가 당연시 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이에 따라 디젤차에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였던 미국차나 일본차들도 최근 디젤차 출시를 적극 검토하거나 출시했다.
그러나 실제 디젤차가 대세라는 인식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내수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는 국산차의 경우 디젤차 판매량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이다. 주력 제품의 대부분이 디젤 강세의 SUV인 쌍용차(53.6%)를 제외하면 업계 평균은 15% 정도다. 물론 디젤차 출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점은 있지만 현재 트림이 존재하는 차종의 경우에도 SUV 외에 디젤 선호는 뚜렷하지 않다.
수입차 또한 지난해 디젤차로만 1만대 이상을 판매한 BMW와 폭스바겐을 제외하면 디젤 비중은 19%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시장을 주도하는 몇몇 브랜드만 디젤차 선호에 대한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물론 푸조나 볼보의 경우 전체 판매량에서 디젤이 각각 82.7%(2,181대), 81.7%(1,209대)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절대적인 숫자는 많지 않다.
하지만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국산차의 경우 지금까지 주력 차종이나 국내에서 인기 높은 세단형 자동차에 디젤을 장착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것. 때문에 중형 세단 등에 디젤이 적용된다면 디젤 선호는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근 출시된 i40 살룬(세단)의 경우 디젤 판매량이 50%에 육박해 중형 디젤도 충분한 시장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도 1월 판매에서 디젤차 비중이 43%까지 급격하게 올라 디젤 선호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전체 판매중 디젤차가 27.8%를 차지했던 아우디 또한 지난 1월에는 44.7%로 급상승했고, 18.6%의 벤츠도 22.4% 까지 판매가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시대에 디젤이 각광받고 있지만 대세라고 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수입차의 경우 일부 브랜드에 판매량이 편중돼 있는 데다 국산차는 디젤 시장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의 제품 숫자나 판매가 한계로 남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최근 출시한 국산 중형 디젤 세단의 경우 판매량이 가솔린과 동등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수입차에서도 대량 판매 브랜드를 제외한 디젤차 비중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여서 대세는 아니지만 분위기 정도는 형성됐다고 보는 게 정확한 시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