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캡티바에 2,000㏄급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국내에 출시했다. 그간 2.2ℓ 디젤 엔진만 운용하던 시장에 경제형 SUV를 내놓은 것.
캡티바 2.0ℓ는 개별소비세와 자동차세 기준 배기량으로 굳어진 2,000㏄급 시장을 놓칠 수 없었던 한국지엠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등장했다. FTA가 발효되면 세금 체계가 달라지겠지만 아직 디젤 SUV에서 2,000㏄는 주력 배기량이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도 싼타페를 내놓을 때 2.2ℓ를 탑재했지만 소비자들의 줄기찬 출시 요구에 따라 2.0ℓ를 추가한 바 있다.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2,000㏄라는 배기량 장벽은 거대한 셈이다.
그런데 2,200㏄ 대비 배기량은 줄었지만 체감 상의 성능 변화는 거의 없다. 올림픽공원에서 경기도 양평을 오가는 동안 최고 163마력과 40.8㎏.m에 달하는 토크는 충분했다. 굳이 2.2ℓ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최대토크 발휘영역도 1,750-2,250rpm 사이여서 폭넓은 가속감을 나타낸다. 6단 자동변속기를 얹어 14.1㎞의 효율도 확보했다.
사실 캡티바 2.0ℓ 장점은 세금과 친환경이다.
시승을 하는 동안 정숙성이 뛰어났고, 가속에 불편함이 없었다. 디젤의 떨림과 소음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 특성을 감안해 흡차음 유리를 사용하기도 했다. 승차감도 편안하다. 국내 경쟁차종과 비슷한 수준으로 부드럽다. 개인적인 호불호(好不好)가 나뉘는 승차감과 정숙성에 대해 궁금증을 제기하는 사람에게는 맥이 빠지겠지만 '무난함'이라는 단어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되돌아오는 길은 고속도로를 내달렸는데, 상당한 속도에서도 무게중심이 아래로 쏠리는 것처럼 안정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에코 드라이빙 기능도 있어 운전습관만 제대로 바꾼다면 더 높은 효율을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시속 140㎞를 넘어서며 들려오는 풍절음도 거슬리는 수준이 아니다. 귀에 거슬린다는 것 또한 주관적이지만 흡차음재 효과를 충분히 발휘한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은 가볍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금보다 중량감을 약간 높였다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물론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가벼운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입장에서도 가장 범용의 '에포트(effort)'를 넣었을 것이지만 그래도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 자체가 묵직함 쪽으로 흘러가는 추세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속과 제동 페달의 답력은 부드럽지만 제동의 경우 살짝만 발을 올려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급제동 때 쏠림이 조금 있지만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신경 쓸 게재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제동성을 평가할 때 나누는 제동감, 제동자세 등은 나무랄 게 별로 없다. 추가적인 멈춤 기능으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가 적용됐다. 그러나 있으면 편리하되 경제성을 추구하는 2.0ℓ에서 굳이 필요한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2열과 3열 시트를 손쉽게 접을 수 있는 이지테크 기능은 칭찬할 만하다. SUV의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이자 실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서다. 적재공간에 무거운 물건을 놓았을 때 뒷 부분이 아래로 처지는 것을 막는 셀프 레벨라이저도 적용됐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캡티바 2.0ℓ은 경제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갖춘 차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 싼타페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현대차가 오는 4월 신형 싼타페를 내놓는다. 그래서 캡티바 2.0ℓ 디젤은 뒤늦게 등장한 점이 아쉽다. 어쩔 수 없는 제품전략이겠지만 항상 한 발 늦는 신차 행보는 개선될 필요성이 분명 있어 보인다. 쉐보레의 두 자릿 수 점유율 확보에 '타이밍'은 매우 중요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서울] 박정석
2012-02-20 00:09
진정 욕심나는 차량 인건 분명하지만...
가격 면에서 과연 제대로 책정된 것인지 의문이 가더라구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