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국내 운전자들의 색상 취향은 대형차의 경우 검은색, 소형차는 백색 계통의 밝은 색상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올해 신차출시 러시가 이뤄지면서 업체들이 다양한 컬러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은색 계통이 가장 두드러진 선택을 받고 있는 것.
SUV 분야에선 이미 은색이 점령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올해 기아차의 SUV 판매비율은 쏘렌토의 경우 맑은 은색이 52.5%, 스포티지는 은비단색이 55.6%로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했다. 현대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투싼은 신은색이 35.6%, 싼타페는 은색이 61.43%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쌍용차는 카이런과 로디우스 두차종에서 청은색이 각각 55%와 41%를 점해 색상별 판매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아차 컬러팀 담당자는 이에 대해 "SUV들이 오프로드 성향의 둔탁한 이미지에서 도시형의 진보된(하이테크)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바뀌면서, 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이 은색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단의 경우에도 이같은 현상이 급속히 파급되고 있다.
대형차는 검은색이라는 기존 관념을 깨고, 르노삼성 SM7의 경우 올해 차종별 베스트색상에서 플래티넘 실버가 38%로 블랙 메탈릭(검정색, 32%)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현대의 쏘나타는 크리스털실버가 34.93%로 1위를 차지했고, 아반떼는 은색이 39.9%로 순백색(57.1%)에 이어 2위에 올랐다.
GM대우의 마티즈는 지난해 은색이 14.9%로 색상별 판매실적에서 4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23.9%로 흰색(30.1%)에 이어 2위로 급부상했다.
이같은 은색 선호현상은 색감을 한층 맑고 밝게 표현해낼 수 있도록 컬러 개선이 이뤄졌고, 메탈 이미지의 회색 계열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기호 변화 때문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상무는 "벤츠나 도요타 등 수입차 차종들도 은색 계열이 크게 어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중고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시세를 받을 수 있고, 무난해서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