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왜 독특하고 화려한 컨셉트카가 안 나올까?
요즘엔 왜 독특하고 화려한 컨셉트카가 안 나올까?
모터쇼의 꽃은 컨셉트카다. 디트로이트, 도쿄, 제네바, 프랑크푸르트, 파리 등 세계 5대 자동차 모터쇼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여러 모터쇼에서 데뷔하는 컨셉트카들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자동차업체들의 자존심이기도 했고, 해당 업체의 미래 디자인 방향을 보여주는 단서가 되기도 했다.
20세기만 해도 모터쇼에서 독특하고 화려하며 눈길을 끄는 디자인의 컨셉트카들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업체들은 이 차를 양산하는 경우보다 아이디어만 채용해 대중화하기 좋은 차로 만들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이런 추세가 바뀌고 있다. 컨셉트카들이 화려함 대신, 양산을 염두에 둔 실용적인 모습을 띠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해외모터쇼를 방문한 자동차 마니아는 “새 차는 많은 데 옛날보다 눈길이 가는 차는 덜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면, 최근 열리는 모터쇼에서는 과거처럼 눈부시게 화려한 컨셉트카들을 왜 만날 수 없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자동차업체들 간의 전략적 제휴 또는 합병을 들 수 있다. 업체들은 20세기 후반부터 사브는 GM으로, 재규어와 랜드로버, 볼보, 애스턴마틴, 마쓰다는 포드로, 미니와 롤스로이스는 BMW로, 아우디, 람보르기니, 부가티, 세아트, 벤틀리 등은 폭스바겐으로, 벤츠와 크라이슬러는 다임러크라이슬러로 각각 인수 및 합병됐다.
이렇게 세계 자동차업계가 대대적인 개편되면서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던 문제는 합병으로 인한 이익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많은 돈을 들여 다른 브랜드를 인수했지만 결국 남는 게 없다는 얘기였다. 때로는 플랫폼 형태가 달라서, 때로는 기술 이전에 문제가 있어서, 때로는 내부 조직이 잘 융화되지 않아서 등 이유는 여러가지였지만, 합병효과는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자동차업체들은 각 브랜드들의 독특한 개성이나 국가별로 나타나던 전통 등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게 됐다. 반면 브랜드간의 효율성을 올리는 데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고유 색깔을 지키는 것보다 세계 판매를 위한 전략을 짜게 됐고, 이에 맞는 제품 기획 및 개발을 하게 된 것이다.
이제 업체들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양산하지도 못하는 과거의 화려한 셉트카들은 더 이상 고려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최근 데뷔하는 주요 모터쇼의 컨셉트카들이 과거보다 실용화에 치중하게 된 것이다.
이제 1월이 되면 디트로이트모터쇼와 LA모터쇼를 시작으로 세계 모터쇼가 다시 시작한다. 자동차업체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색다른 컨셉트카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은 너무 큰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