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계들만 받는 나이트클럽의 ‘물 관리’를 둘러 싸고 시비가 붙은 20대 청년들이 SBS 인기 드라마 <야인시대>를 연상케 하는 결투를 벌이다 죽음까지 불렀다.
20일 오전 0시 30분 부산 사하구 괴정동, 서너 개의 나이트클럽이 밀집된 유흥가. 친구들과 모처럼 만나 1차를 거나하게 먹은 류 모 씨(29ㆍ무직)는 일행 2명과 함께 물 좋기로 소문난 M나이트클럽에 기세 당당하게 들어갔다.
그 때 넥타이를 말끔하게 맨 종업원이 류 씨 일행을 입구에서 제지했다. 종업원 김 모 씨(24)는 류 씨 일행을 아래위로 훑어본 후 “우리 업소는 영계들만 받고 있다”면서 “나이가 너무 많아 입장할 수 없으니 다른 나이트클럽으로 가 보라”고 외면해 버렸다.
M나이트클럽은 밤 10시까지는 나이 제한 없이 손님을 받지만, 이후에는 꽃미남과 영계들만 받는 영업 전략을 구사해 오고 있었던 것.
종업원의 말에 어이가 없어진 류 씨는 “내 나이가 몇인데 못 들어가”, “손님을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거야”, “내 돈 내고 내가 술 먹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거칠게 항의, 종업원들과 옥신각신 몸싸움이 벌어졌다.
흥분한 류 씨 일행은 종업원 김 씨의 뺨을 후려 쳤고, 순식간에 나이트클럽 종업원들이 류 씨 일행을 에워싸 패싸움 일보직전까지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뺨을 얻어맞은 김 씨는 “그럼 잇뽕하자”며 류 씨에게 격분했다. 잇봉은 한 판이란 뜻이지만 1대1로 대결하자는 의미로도 쓰인다. 입장을 거절 당해 억울한데다 친구들 앞에서 망신까지 당한 류 씨는 즉석에서 김 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곧바로 <야인시대>의 구마적과 김두한이나 구마적과 쌍칼의 숨막히는 결투 같은 장면이 나이크클럽 앞 노상에서 벌어졌다. 류 씨와 김 씨가 서로 상대를 노리고 있는 와중에 류 씨 일행과 나이트클럽 종업원들, 구경꾼들은 빙 둘러 두 ‘야인’의 1대1 결투를 지켜보았다.
주먹과 발길질이 몇 차례 오가던 중 갑자기 류 씨가 고꾸라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119 구급차에 실려 류 씨는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던 중 숨졌다. 사인은 복부 장부 파열(장파열)과 외상성 쇼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