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도 못하는 것들이 잘난척 하기는~"
주목해야 된다. 단지 음반 발매 한 달 만에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신인 가수란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꿈꾸는 작은 반란이 시대 흐름으로 자리잡을 기세인 때문에 주목해야 된다.
빅마마. 여성 4인조 그룹이다. 이들의 특징은 ‘평범한 외모이지만 노래는 잘 하는 그룹’이다. ‘노래 잘해야 가수’라는 공식은 평범하고, 당연하다.
하지만 기획상품들이 남발되며 그 당연한 공식이 ‘얼굴 예뻐야 가수’로 전도된 지 오래다. 이런 현실에 빅마마는 예쁘건, 평범하건, 못생겼던(못생긴 것도 상품이다) 외모를 상품화하지 않고 노래로만 승부하겠다고 나섰다.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빅마마의 자세는 돋보인다. 빅마마가 가수가 되기 전에 겪었던 서글픈 현실을 살펴본다.
# 좌절과 아픔 많았던 네 여자
빅마마는 신연아(30) 이지영(24) 이영현(22) 박민혜(21) 등 네 여자로 구성돼 있다.
하나같이 노래를 잘한다. 그 덕택에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 <Break Away>는 출시 한 달 만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방송 출연 없이도 “음악 좋고 노래 잘 한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음반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이들이 배포 크게 대뜸 마련한 콘서트(15일 서울 메사팝콘홀)도 티켓 발매 당일 매진됐다.
하지만 빅마마는 “아직도 음반 낸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뜻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 동안 제작자들로부터 “화려한 ‘포장’이 없는 ‘상품’은 내용물이 아무리 좋아도 취급 안 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수없이 좌절했던 아픔이 깊기 때문이다.
# 다른 가수 이름을 달고 나오는 내 노래
빅마마는 “앞으로는 우리 같은 가수 지망생들이 없기를 바란다”며 험난했던 데뷔 과정을 들려 줬다.
맏언니 신연아는 가수를 결심한 후 빅마마로 자신의 음반을 갖게 되기까지 8년이 걸렸다.
1996년부터는 다른 가수들의 음반에 코러스를 해주며 노래에 대한 갈증을 달랬지만 “그러는 사이에 ‘내 음반을 갖고 싶다’는 욕구는 더욱 커졌다”고 했다. 코러스만 한 것이 아니라 창법, 가창력, 곡 해석 등 자신의 노래 실력을 ‘예쁜이 가수’들에게 빌려 줘야 했기 때문이다.
노래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가수들에게는 곡을 불러 녹음해 줬다. 그러면 그 가수는 자신이 부른 것과 똑같이 흉내내 음반을 만들었다. 신연아가 불러 놓은 곡에 다른 가수 목소리만 살짝 얹어 그 가수 이름으로 음반이 나온 적도 있다.
이 외에도 신연아 같은 코러스들은 음정도 제대로 못 맞추는 신인 가수들의 목소리, 발음을 똑같이 흉내내 녹음한 다음 이를 그 가수가 부른 것과 뒤섞는 일명 ‘커버링’ 작업에도 자주 가담해야 했다.
# '30㎏ 빼!'
이지영과 이영현은 수 많은 가수 오디션을 보러 다니면서 제작자와 첫 대화를 음악 이야기로 시작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제작자들은 노래 한 번 부르고 나면 외모와 관련된 말밖에 하지 않았다. 특히 이영현은 “노래 실력을 존중할 줄 아는 제작자를 간신히 만나 마음을 놓았지만 결국 외모 때문에 음반을 내지 못해 더욱 충격이 컸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 제작자는 “노래로 승부하자“며 이영현과 구두 계약을 했지만 녹음 직전 갑자기 “녹음을 하는 6개월 동안 30㎏을 빼자”고 말을 바꿨다. 음악을 중시하지만 돈이 없던 제작자는 “투자자가 요구해 어쩔 수 없다”며 미안해 했고 결국 이영현은 꿈을 접었다.
30㎏을 줄일 자신도 없었고 녹음을 하면서 감량을 하면 제대로 된 노래가 안 나오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