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튜닝시장 잡아라”
“4조 튜닝시장 잡아라”
불붙은 경쟁 보증수리 거부 등 걸림돌은 그대로
자동차 튜닝 마니아인 황동익(39)씨는 지난 17일 정부의 ‘자동차 튜닝산업 진흥대책’ 발표로 신이 나 있다. 튜닝 관련 인터넷 동호회 회장인 그는 최근 6년간 차 3대에 튜닝을 했다. 엔진에 터보 장치를 달아 출력을 높였고 서스펜션(충격흡수) 장치를 바꿔 회전구간에서 안정감을 향상시켰다. 합법적 튜닝만 했지만 같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많았다. 사소한 튜닝도 불법으로 여겨지고 부품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황씨는 18일 “국내에서 튜닝 부품을 만들면 불법이어서 중국에 제작을 의뢰하기도 했었다”면서 “앞으로 튜닝 업체가 많아지면 부품의 디자인이 다양해지고 가격도 싸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튜닝 시장이 활짝 열리고 있다. 황씨와 같은 소비자의 마음과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을 포착한 업체들이 튜닝 부품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건 현대·기아자동차다. 두 회사는 지난달 각각의 튜닝 브랜드인 ‘튜익스(TUIX)’와 ‘튜온(TUON)’의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쇼핑몰에서 배송 받은 튜닝 부품을 지정된 서비스센터로 가져가 비용을 내고 장착할 수 있다. 아반떼의 경우 주유구 캡, 쇽 업소버(shock absorber) 등 23개 튜닝 용품 구입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최근 7인승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맥스크루즈를 다섯 가지 방식으로 튜닝한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쌍용자동차도 튜닝 시장 확대가 SUV를 주로 만드는 자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은 차종별로 특성에 맞게 맞춤형 튜닝 부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전문 튜닝 업체는 이미 여러 곳이 국내에 진출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를 전문으로 튜닝하는 브라부스코리아는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AC슈니처(BMW 전문) 테크아트(포르쉐 전문) 압트(아우디 전문) 등 업체도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들 업체의 국내 총판인 아승오토모티브 관계자는 “매출이 매달 10∼15%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튜닝 시장 규모는 2020년 이후 4조원이다. 재작년 5000억원의 8배다. 모처럼 기회를 만난 국내외 업체 사이에선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다만 아직 모든 걸림돌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국내 자동차 업체는 순정품이 아닌 튜닝 부품을 사용하면 차가 고장났을 때 보증수리를 거부하는 약관을 운영 중이다. 순정 제품이 아닌 내비게이션을 차에 설치(매립)할 경우도 수리를 받기 어렵다. 정부는 이를 개선해 보증수리 시 자동차 업체가 튜닝이 고장의 직접 원인임을 입증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체들은 “튜닝이 직접적인 고장 원인을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튜닝으로 성능이 달라진 차에 대한 보험 문제도 소비자와 보험사 간 분쟁 소지가 있어 난제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