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연비 10.3㎞/ℓ·실제연비 7∼8㎞/ℓ…왜 차이가 날까?
A사의 2002년식 2000㏄ 승용차를 모는 회사원 김모(34)씨는 최근 서비스센터에 차량 점검을 의뢰했다. 가뜩이나 높은 휘발유 값으로 예민해진 터에 주행할 때마다 유류 계기판 눈금이 뚝뚝 떨어지자 차량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연료계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센터 측은 “출고시점이 오래됐거나 주행환경에 따라 연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공인연비를 10.3㎞/ℓ로 알고 있는데 실제 주행해보면 7∼8㎞/ℓ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며 “기름 먹는 하마나 다름없어 주말에만 차를 이용한다”고 불평했다.
새차나 중고차를 살 때 차종이나 가격, 디자인, 엔진 성능, 연비 등 다양한 조건들을 비교하며 어떤 차를 살지 고민하게 된다. 이 중 연비는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구입조건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하지만 공인연비와 실주행(체감)연비 간 차이가 작지 않아 많은 운전자들이 불만을 느낀다. 대체 공인연비는 어떻게 산출되고, 실주행연비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인연비는 미국 LA시내 주행연비=자동차 연비란 연료 1ℓ로 주행 가능한 거리(㎞)를 말하는데, 정부에서 규정한 시험 방법과 절차에 따라 공인시험기관에서 측정된 자동차의 에너지 소비효율을 ‘공인연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제작 및 수입사가 차를 국내에 시판하기 전에 공인시험기관의 연비측정 결과나 자체 제작사의 연비시험 결과를 에너지관리공단에 신고하게 되며, 자체 제작사의 시험을 통한 신고연비는 다시 공인기관의 측정을 통해 확인받도록 돼 있다. 공인연비 시험에 사용하는 주행모드는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는 조건과 유사한 여건을 시험실에서 재연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LA-4 모드를 채택하고 있다. LA-4 모드는 로스엔젤레스의 도로 주행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서 실제 주행상태를 재연하는 방식이다.
공인연비 시험 절차는 준비 과정과 모의주행 과정, 배기가스 분석 과정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국내 휘발유값이 거침없이 오르던 지난달 7일 서울 서초동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차량에 휘발유를 넣고 있는 모습.세계일보 자료사진
먼저 시험준비 과정은 총 주행거리가 160㎞를 안 넘은 새 차를 시험실의 차대동력계에 위치시킨 후 예비주행을 하고, 엔진의 냉간 상태가 지속되도록 섭씨 25도의 항온항습실에서 12∼36시간 보관한다. 이때 시험 대상 차량 중량은 출고 상태 그대로에 136㎏(몸무게 68㎏인 두 사람이 탄 것으로 가정)을 더한 조건이다.
이어 배기분석계와 시료 채취관 연결, 냉각팬을 설치한 뒤 공인연비 주행모드에 따라 모의주행을 실시한다. 모의주행 코스는 총 주행거리 17.85㎞, 평균 주행속도 31.2㎞/h, 최고 속도 91.2㎞/h, 정지 횟수 23회, 총 시험시간 42.3분(공회전 시간 18%)의 조건 등으로 구성된다. 모의주행 동안 CVS-75라는 측정법으로 배기가스를 채집, 분석하면 대상 차량의 연비가 나오게 된다.
◆공인연비와 체감연비 왜 다른가=시험주행 모드와 실제 주행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탑승자 수와 적재한 짐 등 주행 여건과 거리, 교통여건, 온도, 기상 등 많은 요소들이 연비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운전습관에 따라 공인연비와 많은 차이가 난다고 설명한다. 또 타이어 공기압 등 자동차 정비 상태나 연료 품질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항상 공인연비보다 실제 주행연비가 낮은 것만은 아니다. 공인연비는 시내주행을 가정해 측정된 만큼 막힘이 없는 도로를 70∼80㎞로 정속주행하면 공인연비를 뛰어넘는 연비를 얻을 수 있다.
◆체감연비 향상법=운전습관 개선이 우선이다. 연료 소모가 많은 급발진과 급가속, 급제동, 단거리 운행 등을 지양하고 경제속도로 운행하도록 한다. 내리막길에서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엔진브레이크 등을 사용해 연료 차단 기능을 적극 활용하고 과도한 브레이크 사용에 따른 연료 소모를 줄인다. 또 점화플러그나 타이어, 에어클리너 등 연료 소모와 연관된 각종 부품을 제때 교환하거나 정비해 최적의 차량 상태를 유지한다. 요철이 심하거나 자갈길 등 험한 길은 타이어 접지력이 약해져 연료 소모량이 많아지므로 가급적 피한다. 라디오 교통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막히는 도로를 피하고, 장거리나 초행 길은 반드시 사전에 가까운 길을 숙지한 뒤 운행해야 연료 낭비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