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우선협상 대상자로 사실상 선정
상하이차 인수땐 GM대우와 협력할 수도
[조선일보 김영진, 김종호 기자] 쌍용자동차 채권은행단이 쌍용차 매각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중국 상하이자동차를 사실상 선정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하지만 상하이자동차가 제시한 쌍용차 인수희망 가격은 과거 쌍용차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중국 국영 란싱그룹이 제시했던 가격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란싱그룹은 지난해 12월 쌍용차 공개입찰에서 우선매각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중국 정부의 투자승인 보증서와 구체적인 인수가격을 제시해 달라는 채권단의 요청을 거부, 올 3월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했었다.
쌍용차 채권단 관계자는 이날 “최근 쌍용차 인수후보로 압축된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미국계 펀드 등 2곳 중 상하이차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키로 방침을 정했으며, 세부 절차가 끝나는 대로 다음주쯤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매각은 채권단이 보유 중인 쌍용차 지분 53% 중 약 50%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2002년 채권단이 쌍용차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했던 가격(주당 1만1000원)에 상당히 근접한 가격을 받게 돼, 과거 대우차 매각과 비교할 때 쌍용차 매각은 채권 회수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상하이차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인수가격을 구체적으로 제시토록 할 계획이다. 또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매각대금의 5%를 이행보증금으로 받아 본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돌려주지 않기로 하는 등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절차를 보완했다.
그러나 채권단측은 상하이차가 제시한 인수가격이 과거 쌍용차 우선협상 대상자였던 란싱그룹보다 낮다는 지적에 대해 “상하이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인수가격이 과거 란싱이 제시했던 가격범위 내에 들어있어 누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 인수에 적극적인 이유는 자동차의 핵심기술인 엔진·변속기 개발능력을 갖추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정부는 자국 자동 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 오는 2007년까지 독자적인 차량 개발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업체에 대해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상하이자동차는 GM대우의 모기업인 GM과 중국에서 합작회사 ‘상하이GM’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GM의 기술지원 아래 GM대우와 연계, 신차종 개발과 국내외 판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현재 현대·기아차가 73%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시장도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