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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이 안켜고 다니다가… 웬 주먹질?
동시신호 자리에서 좌회전 깜박이 안키는 차량 시비잦아..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정호(37.가명)씨는 지난 6일 아침에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박씨의 집앞 도로는 1차로-좌회전·직진 동시차선과 2차로-직진차선만 있다. 하지만 출근시간이나 주말 아침이면 직진만 가능한 2차로까지 자회전 차량들이 늘어서서 교통체증을 유발한다. 특히 정지신호에 걸려있던 직진차선 2차로 차량들이 방향지시등(깜빡이)도 켜지 않은 채 신호가 바뀜과 동시에 좌회전을 하면서 갑자기 차선을 넘어와 좌회전 차로 차량들과의 접촉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매일아침 출근길마다 이런 차량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박씨가 이날 아침 같은 방법으로 2차로에 있다가 갑자기 좌회전하며 들어오던 차량을 쫓아가 따져 물었다.
"아니 왜 신호위반을 합니까? 거기가 직진차선이지. 죄회전 차선입니까? 만약에 죄회전을 하려면 깜빡이라도 켜줘야 하지 않습니까?"
화가 난 박씨의 항의에 상대방 운전자는 적반하장이었다.
"그것 때문에 차를 세운거요? 내참, 깜빡이 안킬 수도 있지 뭘 그걸 가지고 아침부터 시비야?"
박씨 성질같아서는 상대 운전자의 뻔뻔한 얼굴에 따귀라도 한방 날려주고 싶었지만, 화를 누르고 한마디 덧붙였다. "여보세요. 미안하다고 해야할 판에..."
그러자 상대 운전자는 "뭐가 미안해, 이 양반아 당신이나 잘하고 다녀!"라며 아예 차에서 내려 한바탕 주먹질이라도 할 모양새였다.
박씨는 "적어도 출퇴근 시간대에 이런 사고다발 교차로에는 경찰이 나와서 이런 차량들을 단속해야 하는것 아니냐. 경찰들은 다 어디갔는 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기도 분당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소정(27.가명)씨도 아침 출근길마다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다. 최근 운전을 시작한 초보운전자인 김씨는 서울로 출근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출근길이다 보니 차들은 조급한듯 쌩쌩 달리고 김씨는 운전대를 꽉 잡으며 정속으로 페달을 밟는다.
하지만 김씨는 출근길마다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속도를 내며 달려오던 차량들이 갑자기 김씨의 차선으로 끼어들기 때문이다. 안전주행을 위해서는 정속주행과 함께 차선변경 구간에서만 차선을 옮길 수 있지만 여기저기 차량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얌체 운전족들은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김씨 앞으로 불쑥불쑥 끼어들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급브레이크를 밟기 여러차례. 김씨도 놀랐지만, 뒤따라 오던 차량들도 깜짝 놀라 연이어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김씨는 "깜빡이 한번만 켜주면 뒤에서 놀라지 않고 마음에 준비를 할수 있는데 왜 안켜줄까요?"라며 "나같은 초보자를 위해서라도 제발 깜박이좀 켜는 풍토가 됐으면 좋겠어요. 어렵지도 안잖아요?"
이처럼 최근 도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차선을 넘나드는 차량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속주행하는 고속도로에서도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이리저리 들락날락 곡예운전을 하는 차량들이 너무 많아 단속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서울 올림픽도로에서 곡예운전을 하던 외제 고급차량들이 잇따라 충돌사고를 일으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도로상의 자동차는 방향 전환시에나 주행차로를 변경할 때도 방향지시등을 켜 뒤따르는 차량에게 그 의도를 알리도록 돼 있다.
도로교통법 제38조 1항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좌회전·우회전·횡단·유턴·서행·정지 또는 후진을 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에는 손이나 방향지시기 또는 등화로써 그 행위가 끝날 때까지 신호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에는 교통범칙금이 부과되며, 현장에 단속 경찰관이 없다고 해도 교차로 등에 설치되어있는 단속카메라에 촬영이 되어 별도로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도로교통 전문가들은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은 운전자의 당연한 의무인데 이를 잊고 다니는 운전자가 많아 사고의 위험이 높다"며 "난폭운전을 일삼는 일부 젊은층 운전자들뿐 아니라 점잖은 나이층에서도 의외로 깜박이를 켜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우려했다.
이때문에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경찰의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운전자들도 방향지시등을 사소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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