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생활사투리로 인기 이재훈·김시덕
조용한 버스 안, 한 중학생의 휴대폰 벨소리에 졸고 있던 승객들이 깜짝 놀란다. 중학생의 휴대폰에서 터진 벨소리는 “내 아~를 낳아도!”.
KBS ‘개그콘서트’의 생활사투리 코너가 휴대폰에까지 울릴 정도로 인기다. ‘민병철 생활영어’를 패러디해 ‘갈갈이’ 박준형이 지도하는 형식의 코너는 이재훈(29)·김시덕(22) 두 콤비의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가 웃음을 자아낸다. 박준형이 “네, 오늘은 이런이런 표현을 배워보겠습니다. 자, 전라도형~”하고 말하면 고향이 전주인 이재훈은 은유와 해학, 그리고 감탄사가 넘치는 전라도 사투리를, 울산 ‘싸나이’ 김시덕은 직설적이고 무뚝뚝한 경상도식 어법을 써서 ‘네이티브 스피커’의 본토발음으로 전해준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아따 거시기허요~”(전라), “내 아~를 낳아도”(경상).
‘당신을 믿을 수 없어요’는 “쪼까 껄쩍지근하구마”(전라), “민쯩(주민등록증) 까봐라”(경상)
‘당신은 참 입술이 예쁘네요’는 “후~끈 달아오르누마잉”(전라), “쥐잡아문나”(경상)
‘당신은 부자군요’는 “친하게 지내장께”(전라) “뭐든 시켜만주이소”(경상)
‘당신은 참 아름답습니다’는 “아따야 참말로 잉~”(전라) “몇살이고?”(경상)
나이는 7살 차이지만 KBS 개그맨 공채 16기 동기인 이들은 사투리를 연구하느라 부쩍 고향친구들과 전화통화가 많아졌단다. 매일 아이디어를 짜내 서울 동숭동 갈갈이소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선보인 후 반응이 좋으면 개그콘서트 연습시간에 발표한다. 그곳에서 다시 호응을 얻어야 겨우 방송에 나간다. 평소 영화나 광고를 보거나 심지어 가족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이럴 땐 이렇게 하면 더 웃길텐데’라고 계속 웃길 생각만 한단다.
사투리 외에도 이들은 재주가 많다. 이재훈은 모창과 성대모사가 특기. 피아노도 잘치고 가수 이승환, 김건모 모창에 자신있어 ‘도레미 트리오’ 코너를 이끌며 음악개그를 시도하고 있다. 요즘 하도 개그맨들보다 웃기는 가수들이 많아 가수보다 더 노래잘하는 개그맨이 되는 것이 꿈. “점쟁이가 28세에 관운이 열린다고 했는데 국영방송 KBS 공채 개그맨이 되었으니 30세에 대박이 난다는 말도 맞을 것”이라는 운명론자이다. 얼마전 방송국에서 만난 가수 이승환이 자기를 알아보더라며 인기를 실감했단다.
학창시절엔 꽁지머리를 하고 록밴드활동도 했다는 김시덕은 무술 실력이 수준급으로 스턴트맨들과도 절친하다. 초등학교때는 영구 흉내, 중학시절엔 맹구 흉내를 내고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만 하던 학창시절엔 개그맨이 그저 텔레비전에 나와 웃기는 소리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람들 웃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한숨이다. 그래도 인터넷에 개설된 팬클럽 ‘김시덕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이 7,000명이 넘었다며 “회원들이 억수로 늘고 있다”고 자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