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장대석] “960번 도전한 끝에 운전면허증을 땄어요. 이제는 중고차라도 한대 사 직접 운전대를 잡고 아들·딸 집에도 놀러 가고 싶어요.”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사는 차사순(69) 할머니는 “평생의 소원이던 면허증을 갖게 된 것이 꿈인 것만 같아 자주 꺼내본다”며 활짝 웃었다.
차 할머니는 지난달 26일 도로주행 시험을 통과, 2종 보통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시작 한 지 5년, 필기시험에 합격한 지 5개월 만에 얻어 낸 값진 열매다.
차 할머니가 운전면허 도전에 나선 것은 예순을 훌쩍 넘긴 2005년 4월.
“전주 중앙시장에서 야채를 팔아 생업을 꾸리는데 차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늦은 나이지만 내 얼굴과 이름이 찍힌 운전면허증을 따기로 결심했지요.”
필기시험은 낙방의 연속이었다. 주말이나 국경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면허시험장을 찾았지만, 매번 30∼50점에 그쳐 2종 보통면허 합격선(60점)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에 낙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면허시험장 문을 두드렸다.
950번째 필기시험을 치른 지난해 11월4일 마침내 커트라인 점수인 60점을 받아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학과시험 950회 응시 횟수는 전국의 운전면허시험장이 문을 연 이래 최다 기록이다. 이후에도 기능시험과 도로주행시험에 9번 떨어지고, 열번째 도전에서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었다.
주변에서는 차 할머니가 쏟은 땀과 노력만으로도 인간승리의 표본이 될 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완주군 집에서 운전면허시험장(전주시 여의동)까지 가려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 타야 한다. 그 동안 들어간 인지대(1회 6000원)만도 500만원이 넘는다.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투자한 차비·밥값만 해도 200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이 들었다.
차사순 할머니의 금쪽같은 운전면허 한달
| 기사입력 2010-06-18 19:27
[서울신문 나우뉴스TV]서울신문 멀티미디어국 영상콘텐츠부의 임병선 기자가 완주까지 달려가 할머니에게 운전대도 맡겨보고 그렇게 면허증을 갖고 싶어 하신 이유를 여쭤보았습니다.혼자 지내면서 쑥이나 나물을 캐 용돈을 벌어오신 차 할머니는 운전을 배워 “장사도 하고 아들네 집도 가고 딸네 집도 가고 (손자 손녀들) 데리고 놀러 다니고 싶었다.”고 말씀하십니다.9만번을 떨어져도 계속 시험 치려고 하셨다는 대목에서는 놀랍기까지 했습니다.
일본 후지TV 제작진이 그렇게 먼 산골까지 찾아와 취재했으며 김완주 전북 지사가 직접 할머니 집을 찾으셨답니다.그리고 전주 중앙시장에서는 길 가던 분들이 알아볼 정도로 유명인이셨습니다.
그리고 2000만원이 넘게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운전면허 도전 비용은 아들들과 딸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가 5년7개월 동안 다니신 전주의 한 운전학원을 찾아 이런저런 얘기도 들어보았습니다.그리고 푸성귀를 팔러 다니시는 전주 중앙시장에서 팥칼국수도 함께 먹었습니다.
아직 자동차가 없으신 할머니에게 취재 차량의 핸들을 맡겨보았습니다.비상등을 깜박거리며 달렸는데 뒤 차량 운전자들이 참 답답해 하더군요.차선의 오른쪽으로 많이 치우치게 운전하는 흠결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사이드브레이크를 올린 채 한참을 주행하거나 안전띠를 매지 않아 깜짝 놀라는 해프닝도 적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