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자동차가 대주주로 있는 쌍용자동차가 새 인수자로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23일 공교롭게도 지난해 구조조정과 대량해고, 노조의 장기파업 사태를 유발한 쌍용차 파산 및 법정관리 과정의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쌍용차 노조와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 측이 이날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쌍용차 파산의 고의성 여부다. 쌍용차 대주주인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부동산 등 자산가치를 고의로 저평가해 부실화시킨 뒤 법원의 파산승인을 받아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들이 입수한 쌍용차의 2009년 회계법인 실사조사보고서에는 부동산 가치가 급변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삼일회계법인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는 유형자산의 손상차손 누계액을 5124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액수는 쌍용차가 작성한 2008년 연말사업보고서에 근거한 것이다.
항목별로 보면 부동산인 건물과 구축물은 각각 1973억원어치와 351억원어치가 손상차손으로 잡혔고 기계장치(1053억원), 공구와 기구(1647억원) 등도 손상차손이 컸다. 유형자산의 손상차손이란 건물, 구축물, 기계장치, 공구와 기구 등의 시장가치 급락이 예상될 때 기록하는 장부상의 예비손실로 손상차손이 커질수록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손상차손 누계액 등을 뺀 건물의 장부가액은 2124억원, 구축물은 220억원으로 기록됐다. 이는 1년 전보다 건물가격(4240억원)은 50%, 구축물(630억원)은 65%나 감소한 것으로 토지와 건물, 구축물을 모두 합친 부동산 가치는 525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사조사보고서에 기재된 부동산 감정평가는 달랐다. 실사보고서는 쌍용차 자산가치를 1조1억원으로 평가했다. 5252억원에서 4749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실사조사보고서와 연말사업보고서의 작성기간에는 5개월가량의 시차가 있다.
쌍용차 대주주인 상하이차는 부동산 가치가 축소된 연말사업보고서를 근거로 파산신청과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채권단이 아닌 대주주가 직접 파산신청을 하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파산승인 뒤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벌인 실사에서는 자산가치가 회복됐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높은 값을 받고 팔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매각된 쌍용차 안성 땅은 실사보고서의 감정평가액에 따라 신세계에 매각됐다. 자산가치가 구조조정 당시엔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자산매각을 앞두고 다시 제값을 회복한 셈이다.
손상차손이 이처럼 큰 것에 대해 회계전문가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손상차손은 법률적으로 유형자산에 심각한 물리적 변형이 있거나 사용방법에 큰 변화가 있을 경우, 혹은 법률이나 기업환경 변화에 따라 유형자산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진 경우에 발생한다. 감가상각처럼 노후화에 따라 일률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유형자산은 실현가능가액과 미래의 현금 흐름을 추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건축물에 대해 손상차손을 계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쌍용차 부동산의 2007년 손상차손 누계액은 24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5개월 차이라고는 하지만 쌍용차의 법원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지는 등 급격한 변화가 있었던 만큼 손상차손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삼정KPMG 측은 “회계법인이 실사한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준수의 의무가 있어 사실 확인을 해줄 수 없다”며 “다만 부동산 가치평가는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받은 자료를 인용한 것으로 특정인을 이롭게 하기 위해 조작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측은 “금융위기와 기업회생절차개시 신청 등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생산차종에 대한 유·무형 자산의 사용가치가 현저히 하락했다고 판단해 이를 반영한 것”이라며 “당시 상장법인 회계준칙을 따랐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