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힌드라, 쌍용차에 800억 투자
ㆍ인수 뒤 첫 대규모 투자… 재무 개선 불구 신차 개발엔 ‘미흡’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측이 14일 8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마힌드라가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한 뒤 처음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적자와 신차 개발 부담에 허덕이는 쌍용차에는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이날 서울 역삼동 사무소에서 이사회를 열어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대주주인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을 대상으로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제3자 배정으로 참여해 신주 1454만주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신주 발행가는 주당 5500원, 납입예정일은 5월22일이며 6월7일 상장될 예정이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쌍용차의 자본금은 6134억원에서 6861억원으로 11.9% 늘어난다. 쌍용차 관계자는 “부채비율 축소와 현금 유동성 확보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번 유상증자는 1000억원으로 예상됐지만 최종 투자 규모는 200억원이 줄었다. 800억원은 쌍용차가 개발 중인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인 프로젝트명 ‘X100’ 개발에 들어갈 비용 2958억원의 27%에 불과하다. 쌍용차 관계자는 “X100 개발에 당장 2900억원이 필요한 게 아니며, 올해까지는 그 돈만으로도 충분하고 이 차 개발 완료시기가 2015년인 만큼 영업활동을 통해 번 돈으로 투자를 계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마힌드라가 800억원 증자와 함께 회사채 만기도 연장했기 때문에 자금 여력은 더 커졌다고 밝혔다.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자동차·농기계부문 사장은 이날 서울사무소에서 기자들에게 “내년 만기가 돌아올 954억원의 회사채를 2015년까지 1년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유일 쌍용차 대표는 “유상증자와 만기연장분까지 더하면 가용한 금액은 총 1754억원”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쌍용차의 신차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적자폭이 2011년 1254억원에서 올해 800억~900억원대로 줄어드는 등 현금 흐름이 나아지고 있다”며 “은행 빚을 다 갚은 데다 담보여력이 있어서 신차 개발에 필요한 추가 자금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엔카 사장은 그러나 “향후 4년 동안 1조원을 제품 개발과 설비 등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조달이 어렵다”면서 “이런(유상증자) 방식만으로는 투자를 계속하기 어렵고 쌍용차가 자체적으로 현금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당장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재무구조나 신차 개발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는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고엔카 사장은 또 “투자금을 쌍용차의 과거를 해결하는 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써야 한다”고도 했다. 이는 지난 7일 무급휴직자 454명 전원을 3월부터 복직시키기로 결정하고, 추후 생산물량이 늘 경우 노사합의에 따라 희망퇴직자 등의 복직도 고려하겠지만 해고자 복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그동안 투자 계획만 내놓고 실제 투자는 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이번 유상증자로 이런 의혹이 해소됐다”면서 “이달 초 출시한 신차 코란도 투리스모에 대한 반응도 좋아 경영 정상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