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가득 채우는 건 남자 어른 1명 태우는 꼴
자동변속기車 정차 중엔 중립(N)이 기름 덜 들어
회사원 김모(39)씨는 요즘 휘발유값이 L(리터)당 2000원 선까지 치솟으면서 한 달 기름값만 50여만원을 쓰고 있다. 김씨는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도 분당까지 왕복 60km를 휘발유 중형세단을 몰고 출퇴근한다. 또 주말에 자동차 여행이라도 한 번 하려면 기름값 10만원은 훌쩍 나간다.
연비가 높은 디젤차나 하이브리드카로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차값이 너무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다. 김씨가 기존 차량을 그대로 몰면서 한 달에 기름값 5만원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연비개발팀의 김세준 책임연구원은 "운전자가 생각만 조금 바꿔도 연비를 10%가량 높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조언한다. 연비개발팀이 추천하는 '돈 버는 연비 향상법'을 키워드별로 알아본다.
1. 중량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단 1kg이라도 가벼운 차를 만드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가벼운 차=연비 좋은 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차 구입을 고려할 경우에는 공인연비 외에 차량 무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타고 있는 차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은 실내의 불필요한 부착물을 모두 떼어내는 것이다. 중량이 10% 증가하면 연비는 4~5% 정도 떨어진다. 트렁크에 있는 짐은 꼭 필요한 것 외에 다 치우는 게 좋다. 연료를 가득 채우는 것도 좋지 않다. 가득 채울 경우 연료만 남자 어른 한 사람 무게다. 항상 기름을 가득 채우고, 트렁크에 온갖 짐을 다 넣고 다니는 운전자의 차량은 그렇지 않은 운전자 차량보다 최대 4~5% 연비가 떨어질 수 있다.
2. 공기저항
연비에 절대적이다. 공기저항이 10% 정도 높아지면 고속도로 주행연비가 3~4% 악화된다. 또 스키를 지붕에 매달고 다니면 고속주행시 연비가 10~20% 떨어진다. 스키를 실내에도 실을 수 있게 설계된 차의 경우 반드시 실내 장착을 권한다.
3. 타이어
자동차는 타이어와 지면의 마찰력을 통해 움직이게 된다. 이때 구름저항이 발생하는데 이 구름저항을 줄여주는 실리카 등의 첨단소재를 사용한 타이어들이 나와 있다. 연료절감 타이어는 중형세단 기준으로 일반 타이어보다 20~30%, 값으로는 2만~3만원 더 비싸기 때문에 구입 가격 대비 연료 절감 폭을 따져봐야 한다.
구름저항은 타이어 공기압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줄일 수 있다. 본인 차의 적정 공기압을 미리 파악하고 항상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또 겨울철에는 눈길에서 덜 미끄러지도록 공기압을 낮추는 경우가 있는데, 이 상태로 여름까지 탄다면 연비가 3~4% 떨어지게 된다. 공기압 점검은 카센터에서 공짜로 해준다. 수시로 점검하면 한 달에 몇 만원까지도 아낄 수 있다.
4. 변속기
자동변속기 차량은 정차 중 중립(N)으로 변경하는 게 연비에는 좋다. 정차시 D단에 고정하면, 자동변속기의 부하를 이겨내기 위한 연료를 추가로 사용하게 된다. 시내주행시 D단과 N단을 계속해서 바꿔주는 게 기계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지만, '최근 나온 차들은 변속기 내구성이 좋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이 방법만으로도 시내주행에서 기름을 4~5% 절약할 수 있다. 단, N에서 D단으로 변속한 뒤 급발진하면 안 된다. 변속기에도 무리를 주고 연비도 크게 떨어진다. 현대·기아차는 이달 말부터 준중형차 이하급의 차량에 단계적으로 ISG(Idle Stop & GO)라는 연비향상 장치를 선택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차량이 멈추면 저절로 엔진이 꺼졌다가 출발을 위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저절로 켜지는 방식이다. 정체구간이 많은 도심주행의 경우, 연비를 10~15% 향상시킬 수 있다.
5. 연료차단(Fuel-Cut)
전자제어를 하는 최근 차들은 가속페달을 밟지 않고 관성에 의해 주행할 때, 내리막을 달릴 때 등에 연료공급을 저절로 차단하는 기능(Fuel-Cut)이 있다. 따라서 이미 달리는 힘을 활용해 움직이는 경우, 긴 내리막을 달릴 경우에는 아무리 속도를 내더라도 기름을 소모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에 연료를 아낀다고 중립으로 바꾸는 것은 난센스다.
6. 에어컨
에어컨은 온도조절을 가장 낮게 설정하고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풍량을 조절하는 게 연비에 가장 유리하다. 자동차용 에어컨 시스템은 일단 최저 온도로 낮춘 다음에 이를 다시 운전자가 설정한 온도로 데워 공급한다. 따라서 에어컨을 켜고 온도를 높게 설정하면, 바람의 온도를 낮췄다가 다시 높이는 과정을 겪게 되므로,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에어컨을 켰을 경우는 외부 유입 대신 내부 순환모드를 사용해야 한다.
7. 내비게이션
평소 자주 운행하지 않는 도로나 처음 가는 여행지에서는 내비게이션이 연료 절감에 큰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에코루트(연료 최소사용 경로)'를 안내하는 기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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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김지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