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고등학교 생물시험으로 인해 있었던 일인데,
한 주관식 문제 때문에 좀 시끄러웠다.
문제는 인체의 한 기관에 대한 물음으로 정답은 항문이었다.
항문으로 기재한 학생들은 당연히 문제를 맞춘 걸로 채점되었는데 시끄러운 건 같은 의미를 가진 다른 단어를 기재한 학생들이었다.
의미가 같더라도 모두 틀린 것으로 선생님이 채점해 버린 게 시끄러워진 까닭이었다.
항문을 다르게, 그러나 누가 봐도 항문의 의미와 같은 답을 적어넣은 학생들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항의했다.
-항문은 한자어잖아요. 순우리말로 하면 똥구멍인데 그걸 틀렸다고 하시면 세종대왕님을 무슨 낯으로 뵐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선생님
선생님은 반박할 말이 마땅치 않아 똥구멍으로 쓴 학생들은 모두 맞는 걸로 고쳐주었다.
-후장도 맞게 해 주세요. 장의 맨 뒤쪽 끄트머리, 누구나 다 아는 말이잖아요. 똥구멍 보다 더 고급스럽고 발음이 찰지잖아요. 맞는 걸로 해주세요, 선생님.
후장으로 쓴 학생들의 논리에 크게 어긋남이 없다고 여겨져서 선생님은 그것도 맞게 해주었다.
-똥꼬는 왜 틀려요? 똥구멍을 줄여서 똥꼬라고 하잖아요. 누가 똥구멍이라고 그래요? 똥꼬라고 그러지. 실생활에서 쓰이는 언어가 곧 표준어나 다름없고 실제로 그런 구어체 언어들이 국어사전에도 올라가는 거 모르세요? 똥꼬치마는 신문기사에도 나온다구요.
그 또한 이치와 사리에 맞다고 여겨져서 선생님은 똥꼬라고 쓴 학생들의 반발도 받아주었다.
그러자 모두 맞았다고 기뻐하는데 유독 한 학생이 화를 벌컥 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따졌다.
-왜 저만 틀리게 하시는 겁니까? 저도 맞는 걸로 해주세요, 선생님.
선생님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넌 안돼.
학생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제가 쓴 걸 애들한테 다 보여줘 보세요. 그걸 모르는 애들이 있나.
선생님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돼. 안되는 건 안되는 거야. 이건 교육자가 지켜야 할 양심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아.
학생은 길길이 날뛰었다.
-그게 교육자의 양심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 누구나 다 아는 단어인데.
그 학생이 써넣은 답은 그랬다.
똥꾸녁.
[경기] 이원욱
2016-08-01 14:18
유머로 현실 사회를 풍자한 글이로군요....
이희철
구녁선생이 1빠로 댓글 달기를 기다렸습니다. 웬지 먼저 댓글달기엔 이선생께 미안해져서~ 어떻습니까? 시인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구녁도 정답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지? 아니면 구녁이 아니고 최소한 X구녕이라고 했어야 한다는 의견이신지???
8/1 14:42
고병국
구멍,, 구녕,, 구년, 구녁까지... 모르것다ㅋㅋ 그래도 그중에 제일은 구녕 이 아닐런지요ㅎㅎㅎ 안그렇소 구녕 선상님 ???
8/1 14:50
이원욱
이 냥반들이.....머시 중헌디???!!! 구멍은 동그랗게 뚫린것, 구녁은 네모나게 뚫린것, 구녕은 네모나게 뚫렸는데 네 모서리가 부드럽게 뚫린것.....흠, 그럴싸하군엽! 그러므로 나오는 내용물의 모양새는 누구보다 본인의 경험이 필요한 것이므로 한학생이 그런 경험이 있다면 전혀 틀렸다고는 할 수 없고, 선생님의 일반화된 보편적 판단 기준만 가지고 o,x를 단정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않나 생각되는군여...
8/1 15:11
이원욱
그런데 한학생의 " *꾸녁 "이라는 답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유독 "꾸"를 강조한 것으로 미루어 이 한학생은 틀림없이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답안을 작성한것이 확실시 되는바 저의 입장은 정답으로 간주하는 바 입니다.!!!
8/1 15:14
이원욱
뭐시여 이건? 의견 피력을 요구하더니, 그새 다 어디간겨?? 우쒸~~
8/1 15:48
[서울] 고병국
2016-08-02 09:03
여기있지롱 ㅋㅋ
그니께 교육부 당국은 이딴 문제는 앞으로 쭈우욱 ~~~~~ 출제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