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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작성자 [전라] 임옥균
작성일 2008-10-29 (수) 12:36
ㆍ조회: 357  
IP: 222.xxx.195
왠지 찡한... 올릴까말까하다가퍼왔습니다...
폐지를 줍던 할머니의 교통사고...
 
 
 
 
날이 부쩍 추워지고 여전히 고단한 여느 사람들처럼 나 역시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며 쓰러져 가는 작은 회사를 살리려는 안간힘에 가을이 다 가고 있었다

다들 그렇겠지만 사는 것이 참 쉽지가 않고 내가 포기한다는 것은 내 작업장에 있는 다른 이들의 가정도 무너뜨리는 일인 것 같아서 죽을 힘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하루에도 수 십 번씩 폐지를 줍는 할머님 할아버님들을 뵈면서 그렇게 마음이 불편할 수가 없었다.

짐차라도 밀어 드리고 싶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어라도 좀 보태 드리고 싶지만 뒤 차량에 밀리고 순간적인 내 짧은 욕심에 밀려서 결국은 그냥 지나치게 되면서 그렇게 마음 한 구석이 죄스러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날은 마침 여유가 있는 오후 한가한 시간이었고 청명한 하늘에 내 마음 역시 한결 수월했던 까닭이었을까?

지나는 길에 몇 번 뵈었던 작은 캐리어 서 너 개를 끈으로 묶어 그 위에 폐지와 종이 박스를 하늘에 닿을 듯 얹고 가시던 새우마냥 등이 휘신 할머님

몇 걸음 걷다가 멈추어 서서 굽은 등 그대로 가쁜 숨을 몰아 쉬시던 그 할머님 뒤에 차를 세우고는

바지 주머니 안에서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몇 장을 접어 쥔 채 잔 뜀박질로 할머님을 멈춰

“할머님 이걸 흘리셨어요.”

하고 주머니에 접었던 것을 밀어 넣고 돌아 섰다.

무슨 말씀인가를 하시려는 것 같았지만 그 할머님은 끝내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지나는 내 차를 바라 보다가 하늘을 보시고는 이내 그 가쁜 숨을 몰아 쉬시는 가 싶었을 뿐이었다.




그 날도 그랬다.

집에서 나와 늘 그랬던 것처럼 연신내 사거리에서 은평 경찰서 방면으로 돌아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끼이익-!” 하는 급정거 소리에 앞을 바라 보니 벌써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었다.

그 때였다.

끈으로 묶어 몇 개를 연결했던 바로 그 캐리어가 내 눈에 들어 왔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방망이질 치면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차 밖으로 나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그 곳으로 가고 있었다.

침이 말랐다.

왜 그랬을까 내 일도 아니었는데 그저 남의 일일 뿐이었는데.

토악질이 나올 것처럼, 입술이 바짝 바짝 타 들어가는 것 같았다.

새우처럼 등이 굽은 할머님은 그 모습 그대로

상상할 수 없는 각도로 모퉁이 옆 음식점 기둥에 기대어 쓰러져 계셨다.

병원 차가 오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끝나고

무어라 무어라 할머님의 정신 나간 옹알거림도 흩어지고

눈이 부시게 파랗던 하늘이 미친 것처럼 얄밉던 그 날




며칠이 지나고 밀린 휴대폰 요금을 내려 들른 통신사 대리점에서 나는 답을 들었다.

그 날 그 할머님은 어귀에 있는 작은 편의점에 박스를 가지러 들어 가셨다가 주인의 눈이 허술해진 틈을 타 빵 몇 개와 삼각 김밥을 함께 들고 나오신 모양이었다.

바삐 나가는 할머님을 이상하게 여긴 주인은 할머님을 불러 세웠고 할머님은 주인의 부름을 듣고는 허겁지겁 뒤뚱거리시며 길 밖으로 나와 박스가 실린 캐리어까지 밀고 달리려다가 그만 어귀를 지나던 트럭에 변을 당하신 것이었다.

“아들이 버리고 간 손주들하고 사시는데요. 그 빵하고, 김밥이 글쎄 유효기간이 다 되서 버리려고 따로 박스에 담아 놓은 거래요. 참 재수도 없지 않아요? 훔쳐도 그걸 훔쳐서는”




나는 휴대폰 요금 영수증을 꼭 쥔 채 이상하게 날 바라보는 직원의 눈길도 어쩌지 못하고 그만 뚝뚝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세상이 너무 힘들다.

외환 위기에도 환차익을 통한 부자들은 늘어만 가고 생활고를 비관한 사람들은 자꾸만 자기 목을 졸라 스스로 죽어가고 돈이 없어서 가진 게 없어서 그들에게 당연히 밟힘을 당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가슴은 하루가 다르게 썩어 들어 간다.




유효기간이 지난 빵을 훔치고 아이들 분유값이 없어서 자살하는 엄마가 생겨나도

외제차는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수 십 만 원짜리 명품 옷은 선망의 대상이 되고 나는 오늘 그들에게 “더럽다”는 말을 들으며 어떻게든 무언가를 살려 보겠다고 몇 푼을 구걸하며 다닌다.




세상이 사는 게 너무 힘들다지만

사는 건 힘든 게 아니라




더럽다.

미쳐 버린 것 같은 이 세상은

이 세상은 정말 더럽다.
 
 
---항상 좋은일만 쓰다가 이런일도 있는걸 보게 되서 많이 망설이다가 퍼와서 글 올립니다...
이름아이콘 [경상] 이종렬
2008-10-29 16:36
할말없음..쩝,.,,,,,,,,,,,
   
이름아이콘 [강원] 류기상
2008-10-30 10:50
회원사진
에휴..
   
이름아이콘 [경상] 장기윤
2008-10-31 14:26
회원사진
진짜 더럽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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