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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작성자 [경상] 임영수
작성일 2012-03-07 (수) 12:33
홈페이지 http://www.00500.blog.me
ㆍ조회: 1483  
IP: 211.xxx.228
중고컴퓨터 장사의 일기
어느 중고 컴퓨터 장사의 일기


저는 인터넷이나 알림방 광고를 내어
중고 컴퓨터 장사를 합니다.
얼마 전 저녁때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아는 사람 소개 받고 전화 드렸어요.
여기는 경상도 칠곡이라고 지방이에요.
6학년 딸애가 있는데 중고컴퓨터라도 있었으면 해서요.
딸은 서울에서 할머니랑 같이 있구요...."

나이 드신 아주머니 같은데
통화 내내 목소리가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열흘이 지나서 쓸 만한 중고가 생겼습니다.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그 집에 도착하자,
다세대 건물 옆 귀퉁이 새시 문 앞
할머니 한 분이 손짓을 하시더군요.

액세서리 조립하는 부업거리가 보입니다.
지방에서 엄마가 보내주는 생활비로는
살림이 넉넉지 않은 모양입니다.

"야 컴퓨터다!"
그 집 6학년 딸이 들어와 구경하자,
할머니가 아이의 어깨를 두드리시더군요.
"너 공부 잘하라고 엄마가 사온 거여,
학원 다녀와서 실컷 해. 어여 갔다와."
아이는 "네~" 하고는 후다닥 나갔습니다.

설치를 끝내고 집을 나섰는데
대로변의 정류장에 아까 그 딸아이가 서 있습니다.
"어디로 가니? 아저씨가 태워줄게."
주저 할만도 한데 아까 봤던 아저씨라 믿었는지
아이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하계역이요~"
제 방향과는 반대쪽이지만 태워 주기로 하였습니다.
집과 학원거리로 치면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한 10분 갔을까.
아이가 갑자기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합니다.
패스트푸드점 건물이 보이기에 차를 세웠습니다.
"아저씨 그냥 먼저 가세요."
다급히 아이는 건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무심코 보조석 시트를 보는데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검빨갛게 물들은 시트.

아마 첫 생리?
보통 바지가 젖을 정도...
당황한 아이의 얼굴,
당장 처리할 방법도 모를 테고 마음이 너무 급했습니다.
재빨리 청량리역까지 와서
속옷을 여러 사이즈로 샀습니다.
아이엄마에게 전화했다가는 마음이 아파하실 것 같아
연락도 못하겠더군요.

집사람한테 전화 했습니다.
"지금 택시타고 빨리 청량리역...
아니 그냥 오면서 전화해.. 내가 찾아 갈게."
"왜? 뭔 일인데?"
자초자종 이야기하자, 집사람이 온다고 합니다.
아, 아내가 구세주 였습니다.

가는 중 전화가왔습니다.
"약국 가서 생리대 사. XXX 달라 그러고
없으면 XXX 사....속옷은?"
"샀어.."
"근처에서 치마 하나 사오고....
편의점 가서 아기 물티슈도 하나 사와."

진두지휘하는 집사람 덕에 장비(?)를 다 챙겨서
아이가 좀 전에 들어갔던 건물로 돌아갔습니다.
없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합니다.
아이 이름도 모르는데,

집사람이 들어가니 화장실 세 칸 중에
한 칸이 닫혀 있었습니다.
말을 걸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울면서 끙끙대고 있었던 겁니다.
다른 평범한 가정이었으면 조촐한 파티라도 할
기쁜 일인데... 콧잔등이 짠하더군요.

집사람과 아이가 나오는데
그 아이 눈이 팅팅 부어 있더군요.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묻더군요.
"그 컴퓨터 얼마 받고 팔았어?"
"22만원"
"다시 가서 주고 오자.."
"뭐?"
"다시 가서 계산 잘못 됐다고 하고,
10만원 할머니 드리고 와."

램 값이 내렸다는 등 대충 얼버무리면서
할머니에게 돈을 돌려 드렸습니다.
나와서 차에 타자 집사람이
제 머리를 헝클이며 "짜식~" 그랬습니다.

그날 밤 11시 쯤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기 칠곡인데요. 컴퓨터 구입한......."

이 첫마디 하고
계속 말을 잇지 못하시더군요.
저도 그냥 전화기 귀에 대고만 있었습니다.

- 김진영 (새벽편지 가족 / 옮김) -



가끔 다른 사람의 마음에
귀 기울이시고 노크를 하십시오.


- 사랑밭새벽편지 2012.03.07.물.00:18 中 -
이름아이콘 [경상] 안철준
2012-03-07 13:45
험한 이세상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글을 읽고 오후에 힘내서 일해야겠네요.^^*
   
이름아이콘 [서울] 김병욱
2012-03-07 14:24
더없이 아름다운 글입니다.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이름아이콘 [경기] 양광모
2012-03-07 14:34
회원사진
 "짜식~"
   
이름아이콘 [서울] 여승환
2012-03-07 16:56
아....이거 유머 아니잖아요 ㅠㅠㅠㅠ
일하면서 눈물 흘리고 있잖아요 ㅠㅠㅠㅠㅠㅠㅠ
   
이름아이콘 [충청] 김춘규
2012-03-07 16:58
가슴이 짠해지는 이야기 입니다.덕분에 잘 읽었어요
   
이름아이콘 [경기] 진언종
2012-03-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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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런글은 제발......마음이 여리다구요!
   
이름아이콘 [경기] 김경환
2012-03-07 21:16
가슴한켠이 훈훈해지고 따뜻해 지는 글이네요 ^^
   
이름아이콘 [서울] 류지양
2012-03-07 21:28
자꾸 마음속이 멍~해지는 이유는 뭐지....
담배한모금 하고 들어와야 겠네요...
   
이름아이콘 [경상] 우한성
2012-03-07 23:45
아정말 훈훈해지네요 ~
   
이름아이콘 [서울] 한성우
2012-03-08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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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훈훈하군여...

지어낸 얘기가 아닌 실화이길...^^;;
   
이름아이콘 [경기] 이종기
2012-03-08 13:06
가끔씩 이런 훈훈한 글이 올라 올때마다...

세상 살이에 찌들었던 제 마음이 어느 정도 정화 되는걸 느낍니다...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이름아이콘 [경상] 강양래
2012-03-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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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연입니다.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이름아이콘 [전라] 이현
2012-03-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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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시다~!
봄이오는군여 ...마음에봄이.........
   
이름아이콘 [경기] 이병창
2012-03-08 16:53
아....... 짠허네
   
이름아이콘 [전라] 서귀석
2012-03-08 22:56
글읽고나서  댓글은  보도못하고  나가서  담배한대  피우고  소매로  눈가한번  훔치고  왔읍니다..........
   
이름아이콘 [경기] 박용주
2012-03-09 13:07
사실 여부를 떠나서... 봄기운이 완연한 지금... 너무 기분이 좋아지는 글입니다.
   
이름아이콘 [경상] 안법열
2012-03-09 18:13
부부 두분 참 부자시네요....
   
이름아이콘 [서울] 이영준
2012-03-09 19:35
맘이 먹먹하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하고 여러 감정이 드네요. 아이 맘도 아이의 엄마 맘도 느껴지고 부부의 맘도 느껴지네요. 착한 부부가 아니었으면 마음 많이 다쳤을텐데...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이름아이콘 [경상] 김종환
2012-03-1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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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이야기네요 퍼갑니다.^^
   
이름아이콘 [경상] 심상현
2012-03-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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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새번 읽게 만드시네요
정말 따뜻한이야기네요 ㅎ
요즘 날이 풀려 겨우내내 얼었던 마음이 슬슬 녹고 있다가
이글 한방에 확 녹은 느낌입니다 ㅎ
   
이름아이콘 [서울] 여승환
2012-03-12 01:00
아놔 또 읽어도 눈물나네ㅠㅠ
   
이름아이콘 [경기] 표재성
2012-03-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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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키우는 입장에서..정말 와닿네요...ㅠ_ㅠ
   
이름아이콘 [서울] 정상현
2012-03-19 10:32
훈훈하네요...
   
이름아이콘 [경기] 유승우
2012-03-2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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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하네요... 라는 단어는 이런데 쓰라고 있는거 같습니다. 아이도 아이지만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부인되시는 분도 참 마음이 좋으시고.. 감동의 도가니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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