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와 제네시스’ 한국車 명암
쌍용자동차 하면 아직도‘코란도(Korando)’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코란도는 지난 1981년 쌍용차의 전신인 거화자동차가 내수용 4륜구동 자동차를 만들면서 붙인 이름이다. 미국 군용 4륜구동 자동차를 조립해 만들던 시절, 거화자동차는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라는 이름으로 독자 4륜구동 모델 개발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거화자동차를 인수한 쌍용차는 1988년 국내 레저용차량(RV)의 효시라 할 수 있는‘코란도 훼미리’를 선보였고 1993년에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무쏘’를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코란도와 무쏘는 쌍용차의 상징과도 같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코뿔쏘처럼 저돌적인 이미지에 고급스러움까지 더해져 쌍용차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RV 명가’로 우뚝 섰다.
외환위기를 넘기고 주인이 바뀌면서 언젠가부터 쌍용차에서 코란도와 무쏘의 이미지는 조금씩 사라졌다. 저돌적인 자신감보다는 벤츠의 이름을 빌린 마케팅만 난무했다. 코란도라는 이름은 지난 2005년 ‘뉴코란도’가 단종될 때까지 명맥을 이어왔지만 쌍용차에서 코란도의 정신은 사라진지 오래다. 벤츠의 기술, 벤츠의 엔진, 남의 이름을 앞세운 ‘대한민국 1%’ 마케팅에만 치중한 탓이다.
‘북미 올해의 차’에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가 선정됐다는 소식과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빛과 그늘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독자기술 개발에 매진했던 현대차는 북미 진출 25년 만에 세계 톱클래스의 자동차 회사로 우뚝 섰다. 코란도와 무쏘 정신의 원조는 쌍용차였지만 이름이 아니라 이 정신을 우직하게 지켜온 것은 오히려 현대차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