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의 로망을 한껏 자극하는 한국 승용 디젤차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물론 시작은 군용 지프지만 실제 소비자를 대상으로 양산된 디젤 승용차의 효시는 1974년 쌍용 코란도다. 이후 디젤 승용차는 SUV를 중심으로 업무용과 가정용으로 그 저변을 급속히 넓혀 1990년대 전성기를 맞게 된다. 2000년대 이후 디젤 세단 등으로 다시 그 영역을 넓힌 승용 디젤차는 이제 고효율 친환경 차세대 디젤차의 전성기를 다시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 승용 디젤의 태동(1974~)=한국 승용 디젤차의 원조는 바로 1974년 판매된 쌍용 코란도다. 승용디젤의 원조일 뿐 아니라 국내 SUV의 원조이기도 한 코란도는 이후 끊임없이 개량돼 국내 디젤 승용차 시장을 사실상 개척했다. 당시 대우중공업이 생산한 72마력 2238cc DS23엔진과 푸조의 79마력 2498cc XD3P엔진을 탑재했던 코란도는 1982년 코란도훼미리로 진화하면서 디젤차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1600cc 소형차의 출력이 120마력을 넘나드는 지금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다.
쌍용차와 함께 디젤 승용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기아차 역시 1990년 이정표가 될 만한 디젤 승용차를 선보였으니 바로 박스형 SUV 록스타다. 당시 아시아자동차(현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생산됐던 록스타 R1은 는 군용 K111을 기반으로 개발된 모델로 국내 시장에 4륜구동차를 대중화 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후 1993년에는 보다 SUV다운 록스타 R2가 출시돼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1997년 단종된 록스타의 인기는 이후 기아 레토나가 이어 디젤승용차 전성기의 일익을 담당하게 된다.
◆한국 디젤승용차 전성기 열리다(1990~)=국내 자동차 시장의 급성장을 바탕으로 승용 디젤차 역시 1990년대 들어 전성기를 맞게 된다. 록스타 R1, R2 뿐 아니라 1996년 출시된 쌍용차의 전설적 베스트셀러 신형 코란도 등이 이 시기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바야흐로 디젤 SUV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이 시기는 한국 디젤차가 외형 뿐 아니라 핵심기술면에서도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다. 1991년 세계 최고 자동차 브랜드 벤츠와 디젤엔진 기술제휴를 체결한 쌍용차는 드디어 1994년 5월 16일 국내 최초로 승용 디젤엔진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당시 쌍용차가 생산했던 엔진은 79마력 2299cc 엔진인 OM661 NA 4기통 엔진과 95마력 2894cc 엔진으로 1997년 디젤 터보차저 인터쿨러가 개발된 1997년부터는 95마력의 출력이 120마력으로 향상된다. 이후 무쏘와 신형 코란도 등 인기 모델에 연이어 탑재돼 국내외 시장에서 내구력을 인정받았다.
1991년 출시된 현대 갤로퍼 역시 디젤 SUV의 중흥기에 한 축을 담당했다. 1997년에는 무려 4만4608대로 최대 연간 판매기록을 세우기도 했던 갤로퍼는 단종되기 전까지 현대차의 대표적 디젤 SUV로 명성을 떨쳤다. 1993년 7월 출시된 기아 스포티지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인기 모델이다.
◆승용 디젤, 세단을 거쳐 차세대 디젤로(2000~)=2000년대에 들어서는 승용 디젤의 바람이 SUV를 넘어 세단 시장에도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2005년 출시된 기아의 새 프라이드는 국내서 처음으로 출시된 디젤 세단이다. 수동변속기가 20.5Km/ℓ, 자동변속기 16.9Km/ℓ의 혁신적인 연비는 국내 소비자들의 디젤차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으며 이는 연이은 디젤 세단 출시로 이어졌다.
쌍용차를 중심으로 한 디젤 기술 혁신은 이 시기에도 계속됐다. 2003년 12월 자체 생산한 170마력 XDi270엔진을 탑재한 뉴렉스턴을 출시하면서 국내 디젤엔진 시장에 다시 이정표를 세운 쌍용차는 이후 끊임없는 엔진 개량으로 2005년 4월에는 5기통 176마력, 이듬해 3월에는 5기통 191마력까지 성능이 향상된 디젤 엔진을 국내 시장에 연이어 내놓는다. 이어 2008년 7월에는 저공해 자동차 인증으로 환경개선 부담금 5년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친환경 디젤 엔진을 출시하면서 '친환경 고효율'이라는 디젤 엔진의 나아갈 바를 제시했다는 평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