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가 더 친환경적… 전문가들 “인식 전환 보급 늘려야”
경유차가 더 친환경적… 전문가들 “인식 전환 보급 늘려야”
입력: 2008년 09월 07일 17:28:02
한국 시장에서 유독 인기가 없는 차종이 디젤 승용차다.
소비자들은 경유차 값이 휘발유차보다 수백만원씩 더 비싸서 외면했고 정부는 ‘매연의 주범’이라며 소비를 억눌렀다. 국내 제조사들도 디젤 기술 개발보다는 가솔린차 판매에 치중한 모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유차가 오히려 친환경차”라며 인식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값비싼 연료전지차나 전기차 등 차세대 모델의 개발, 보급 못잖게 친환경적인 디젤 모델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 경유차가 친환경적·경제적=‘경유차는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유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나 LPG보다 적고, 논란의 핵심인 미세먼지도 다른 연료 차량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는 지난 5일 ‘국제 미세먼지 심포지엄’에서 “입자상 물질(PM)로 불리는 미세먼지 배출에서 경유차도 청정 자동차로 분류되는 LPG차 등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석유협회의 용역을 받아 쏘나타급으로 매연정화장치(DPF)를 장착한 경유차와 다른 연료 사용 차량에서 배출되는 나노입자 크기의 극미세먼지의 개수를 측정한 결과 경유와 휘발유, LPG, 바이오연료 차량이 극미세먼지 배출 수준에서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유럽 기준으로 한 시험에서 ㎞당 극미세먼지 발생 개수가 경유차는 1090억개로 LPG차 995억개, 휘발유차 1440억개와 비슷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 미세먼지의 위해성만을 부각해 경유차에 부과해온 각종 환경규제 및 세제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 해외선 인기, 국내는 외면=디젤차용 터보차저 생산업체 하니웰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의 디젤차 신규등록 비율은 프랑스 78.3%(88만3625대), 스페인 68.9%(56만7503대) 독일 45.1%(73만6062대)로 집계됐다. 다른 유럽국과 달리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싼 영국(43.1%·60만4215대)도 디젤차 비중이 늘어나 지난해 처음 40%를 넘었다.
반면 한국의 디젤차 비율은 18.7%(10만8494대)로 프랑스보다 60%포인트나 낮다. 또한 다목적 차량(SUV)을 빼면 일반 승용 디젤차는 비중이 더욱 낮다. 올 6월까지 국내 승용차 내수 판매에서 가솔린, 디젤, LPG 모델 비율은 79.8%(32만2296대), 1.8%(7231대), 18.4%(7만4503대)였다.
이미 유럽연합 가입국 중 14개국이 연비와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배출량 등 환경지표를 세금부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일본도 ‘클린 디젤차’를 사는 사람들에게 내년 상반기부터 한 대당 약 145만~193만원을 보조해줄 계획이다. 미국은 내년부터 클린 디젤을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 엔진으로 분류한다.
◇ 제도적 뒷받침 필요=경유차가 휘발유차나 LPG차보다 연비가 20~30% 높은데도 인기가 없는 이유는 차값이 수백만원 더 비싸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거꾸로 ‘경유차=매연차’라는 인식에 얽매여 연비가 낮은 LPG차 개조에 최대 400만원씩 지원하는 실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LPG차 보급 확대나 개조 사업 대신 경유차 구입을 보조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용성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 박사는 “국내 자동차 가운데 자동변속기 모델 비중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라며 “자동 모델보다 연비가 20% 좋은 수동 변속기 모델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하이브리드차나 경차 보급 이전에 친환경의 소형 디젤차 개발이 더 현실적”이라며 “세금 혜택도 배기량 1000㏄ 이하 경차 기준이 아닌 연비 20㎞/ℓ 이상 등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연비가 높은 대부분의 차는 수동변속기를 단 경유 모델이다. 아반떼 1.6 디젤은 연비가 21.0㎞/ℓ로 베르나 1.4 하이브리드(19.8㎞/ℓ)보다 좋고, 경차인 마티즈 0.8(16.6㎞/ℓ)보다도 뛰어나다. 국내 승용차의 약 80%가 자동변속기 모델로 추산된다.
김필수 교수는 “외국과 달리 국내에 ‘자동변속 차량 면허’가 따로 있는 것도 자동변속기 모델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기 때문에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