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의 여파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 간 제살깎아먹기 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올해 ‘로체 이노베이션’, ‘포르테’, ‘쏘울’을 앞세워 승용차 시장에서 판매 신장세가 두드러진 반면 상대적으로 현대차의 판매량은 급감하고 있다.
실제로 8월중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47%로 6월 49.2%, 7월 48.9% 이후 3개월째 50%를 밑돌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기아차는 6월 26.2%에서 7월 25.6%로 소폭 떨어졌지만, 8월 29%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양 사를 합친 시장 점유율이 6월 75.4%, 7월 74.5%, 8월 76% 등이어서 기아차의 신장세가 현대차 시장을 잠식한 꼴이다.
문제는 기아차의 상승세에 대해 기아차의 신차인 포르테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포르테에 사용되는 토션빔 서스펜션은 경차에만 사용되는 것으로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비방 글이 전송되고 있다.
이 문제로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 영업사원들 간에 신경전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아차는 내심 현대차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 2005년 기아차가 ‘중형차’ 로체를 출시하면서 ‘준중형’ 플랫폼을 사용했다는 악성 루머를 현대차 영업부서에서 퍼뜨린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현대차의 아반떼 구매고객과 잠재고객 층에게 집중된다는 점에서 기아차 영업사원들은 현대차 측에 혐의를 두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로체의 준중형 플랫폼 사용 루머는 결국 거짓으로 밝혀졌다”며 “토션빔 서스펜션은 혼다 시빅 등에도 탑재되는 등 결코 안정성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소리를 높였다. 반면 현대차 관계자는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태우 기자 cheng@as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