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ℓ당 1900원 시대’ 그 이후… 車타는 습관 '드디어' 바뀌었네
대중교통 이용자 급증… 기름값 내려도 안 줄어
자가 운전자는 ‘유(油)테크족’으로 진화중
ℓ당 1950원. 지난달 셋째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었다. 큰 맘 먹고 주유소에 들어갔다가 ℓ당 2000원이 넘는 휘발유 가격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던 운전자들도 많았다.
현재 휘발유 값은 ℓ당 175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6~7월 1900원대의 초(超)고유가 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대중교통 이용자수가 ‘드디어’ 증가했으며, 유(油)테크족도 서서히 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자 7월 들어 급증
7월 들어 버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당연한 소리처럼 들리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 6월 평균 휘발유 값이 1900원대까지 올랐지만, 작년 대비 서울지역 대중교통 이용자수는 감소하거나 소폭 상승했다. 6월까지 대중교통이용자수를 조사한 결과, 월 버스승객 수는 4월을 제외하고 작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지하철의 경우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4호선은 4월과 6월을 제외하고 승차인원이 모두 감소했고,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5~8호선도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국 평균 휘발유, 경유 값이 1920원대까지 올랐던 7월 들어 상황은 급반전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버스이용자수는 769만 명이 증가했고, 1~4호선 승차인원은 368만 여명, 5~8호선은 214만 명이 각각 늘었다.
서울시 버스정책담당 관계자는 “하루 평균 버스 이용자수로 따지면 지난해 7월에는 506만1000명 정도였는데, 올 7월은 520만6000명 정도로 14만5000여명이나 증가했다”며 “8월 들어서도 일 평균 이용자수는 전년 동기대비 8만4000명 정도 늘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기름값이 올라도 대중교통 이용자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이렇게 일 평균 이용자수가 10만 명 증가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자가용 이용 땐 최대한 절약… ‘유(油)테크족’ 늘어
업무나 개인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유(油)테크족’이 됐다.
운전 13년 경력의 회사원 이모(40·서울 화곡동)씨는 자가용 출퇴근 ‘버릇’을 못 버리는 대신 과속 ‘버릇’을 버렸다. 틈만 보였다 하면 보통 시속 100~120km로 가속 페달을 밟았던 이씨는 최근 경제속도로 알려진 60~80km로 달리는 지 확인하려고 계기판을 열심히 본다고 했다. 이씨는 “운전경력 13년 만에 경제속도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며 “인터넷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절약 운전법을 익히고 싼 주유소만 골라 다녔더니 확실히 기름값이 적게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회사원 윤모(여·29)씨는 출퇴근을 위해 6개월 전 차를 샀지만, 최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두 달 전부터 아버지 차를 몰고 아버지와 함께 출근하고 있다. 윤씨는 “아버지 회사도 같은 종로구에 있지만, 내려주고 다시 이동하다 보면 아무래도 불편하고 때에 따라 지각도 하게 된다”면서도 “기름값이 어느 정도 떨어질 때까지는 계속 이렇게 타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6~7월 고유가로 출퇴근 때 자가용 대신 통근버스를 선택했던 회사원들은 여전히 통근버스를 선호하고 있다. 총 105대의 통근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LG의 경우, 지난해 말 3800여 명이었던 이용자 수가 올 7월 들어 4800여 명까지 늘었다. LG관계자는 “8월 들어 기름값이 많이 떨어졌지만, 통근버스이용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창 유가가 급등할 때는 타 회사 직원들도 타서 승차권 확인을 깐깐하게 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 그런 분들은 없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