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지하40m 자동차도로 생긴다
서울 도심 땅속 수십 m 아래에 대규모 지하도로인 `대심도(大深度) 도로`가 등장한다. 대심도 도로는 지가 급등, 지상 설치시설 등으로 도심에서 추가 용지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신개념 도로다. 미국 보스턴 `빅딕(Big Dig)`, 노르웨이 세계 최장 터널(24.5㎞) 등 일부 국가에서 대심도 도로를 건설해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국내 최초로 상습 정체구간 중 하나인 서부간선도로의 교통량 분산을 위해 지하 40m에 이 같은 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서울의 동서를 관통하는 도로 2개, 순환형 1개 등 최소 3개 이상의 대심도 도로를 건립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서부간선 지하에 국내 첫 추진 =
서울시에 따르면 서부간선도로를 따라 지하 40m 공간에 월드컵대교(제2성산대교)~금천구 독산동(11.3㎞) 구간을 연결하는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구간은 기존 도로 바로 밑에 `박스형` 도로를 개설하는 이중 도로 방식이 구상됐다. 그러나 복공판 등 가시설물 설치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공사기간 상부 도로 차단에 따른 교통 체증도 극심할 것으로 염려돼 대심도 방식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하게 된 것이라고 서울시 관계자가 밝혔다. 도로 규모는 4차로며 상하부로 터널을 뚫어 각 2개 차로씩 운행하게 된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지난 5월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적격성 검토를 의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 경제성 분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 모든 게 순조롭다면 내년 말쯤 사업시행자 지정을 거쳐 2010년께 착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는 금천구~서초구 우면동 남부간선도로 개통 시점과 맞춰 2013년까지는 공사를 모두 끝낸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송득범 도로기획국장은 "사업 추진은 민자로 하며 완공 뒤 통행료를 징수하게 될 것"이라면서 "건설비 등을 고려하면 1회 통행료로 2000원 수준이 적정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 도심에도 최소 3개 이상 건설 =
시는 이 사업과 병행해 지난 7월부터 2년 일정으로 `지상도로 교통량 저감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도 들어갔다. 대심도 도로의 추가 건설을 위한 용역작업이며 용역은 동일기술공사가 맡고 있다. 시는 이번 서부간선 지하도로 외에도 동서축 2개 노선, 도심을 순환하는 1개 노선 등 3개 이상의 대심도 도로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서 도로는 각 20㎞ 안팎, 순환형은 그보다도 길이가 훨씬 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고가도로 철거로 남북축에 비해 동서축 간선도로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를 보완하는 쪽으로 대심도로 건립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올림픽대로 지하에 대심도 도로를 놓는 방안도 강구했으나 지속적인 교통 수요는 없는 것으로 조사돼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일단 백지화했다.
서울시는 진출입로 외에 별도 통로 없이 논스톱으로 주행하는 서부간선 지하도로와 달리 도심 노선에 대해서는 중간 지점에 통로를 두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지하 부분 보상, 지하철 등 각종 지장물을 고려할 때 가급적 깊게 내려가면 좋다"면서 "하지만 그만큼 중간 진출입로 길이도 길어져야 하기 때문에 추가 노선은 30m 깊이가 적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득범 국장은 "도심ㆍ부도심 대심도 도로는 중간 중간에 공영 지하주차장을 설치해 연결하고, 민간빌딩 지하주차장과도 연계통로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지하는 어디까지 보상하나 =
지하도 보상을 해야 한다. 지하철을 건설할 때 지상부 건물 소유주에게 보상한다. 물론 지상에 비하면 보상액이 훨씬 적다. 가령 지하 10~20m일 때 지상의 15%를 보상해야 한다.
하지만 특정 범위를 벗어나면 지상 건물ㆍ토지 소유주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 그 기준은 `한계심도`라고 표현한다. 건물ㆍ토지 용도에 따라 한계심도가 달리 설정돼 있다. 고층 시가지는 40m, 중층 시가지 35m, 저층 시가지ㆍ주택 30m, 농지ㆍ임야 20m 이상이면 보상이 없다. 한계심도를 초과하는 지하에는 별도의 보상절차 없이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대심도 도로를 건설할 경우 무작정 지하로 내려갈 수 만은 없다. 현재 기술적으로는 깊이 제한은 없다. 하지만 깊어질수록 매연 환기장치도 그만큼 많이 설치해야 한다. 중간에 별도 통로 길이도 깊이와 비례해 길어진다. 그만큼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따라서 별도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한계심도 범위에서 적당한 수준을 결정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용 어> 대심도(大深度) 도로 = 터널공법(TBM)으로 30~60m까지 땅을 파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방식이다. 보상비가 들어가지 않아 건설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다만 다수의 환기설비가 필요하고, 화재 등 재난 대비에는 취약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통상 두 개의 터널을 뚫어 한쪽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다른 쪽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