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19일 에너지 가격을 전격적으로 올린다고 밝표했고 그러자 치솟던 기름값이 뚝 떨어졌다. 중국은 이날 발전개혁위원회를 통해 휘발유 값은 17%, 디젤은 18% 씩 각각 인상한다고 밝히고 오른 가격은 20일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인상폭은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데 중국 정부는 전기요금도 다음달 1일부터 4.7% 올릴 계획이다.
중국이 에너지 가격을 대폭 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7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날 보다 4.75달러나 곤두박질쳤다. 배럴당 가격이 3.5%나 떨어지면서 131.93달러로 거래가 마감된 것이다.
이를 반영해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지수(0.28%)와 나스닥(1.33%), S&P지수(0.38%)가 일제히 상승했다. 원유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으로 항공을 비롯한 운송주와 소비 관련주가 동반 오름세를 탄 덕분이다.
석유 전문가들은 “중국의 유가 인상은 시장심리를 완전히 바꿔, 국제유가를 하락시키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추가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메릴린치 증권회사의 경우 중국의 유가 인상으로 전 세계 원유 수요가 3분의1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까지 했다.
이처럼 중국의 동향에 세계 시장이 출렁거리는 이유는 소비규모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원유를 많이 소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차이나 인터내셔널 캐피탈 수석 이코노미스트 하지밍은 “세계 원유 소비 증가분의 4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의 에너지 정책이 국제 유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에너지 가격을 인상한 배경에는 국제사회의 줄기찬 압력이 있다. 중국 정부는 유가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가격을 강력히 통제해 왔다. 그러나 미국 등 다른 나라는 중국의 고정가격제가 원유값 상승의 주범 가운데 하나라고 비난했다.
기름값이 오르면 소비가 줄고 그래야 시장의 자율 조정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데 인위적으로 가격을 고정시켜 이를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등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16명이 “고정가격제를 재고할 것을 중국에 요청하라”고 부시 대통령에게 18일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오는 22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원유 소비국 간의 회담에서도 중국의 고정가격제가 이슈로 제기될 전망이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박은 줄어들 것이라고 보면서 반면 중국은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미국을 방문 중인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정부의 인상 허용 조치 이후 중국의 인플레이션 동향을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