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경유값 역전' 정유사·주유소는 웃는다
세금 포함 공급價 휘발유가 비싼데… 폭리 의혹
16일 서울 중랑구 J주유소의 경유가격은 리터당 1779원으로, 휘발유(1748원)보다 31원 비쌌다. 영등포구에 있는 D주유소의 경유값(1831원)도 휘발유(1808원)에 비해 23원 높았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시작된 것이다.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는 중국, 인도 등 신흥산업국의 경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폭등하는 경유 국제 시세를 이용, 정유업체들과 주유소가 경유 판매를 통해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정유사들의 주유소 공급 가격은 아직 휘발유가 경유보다 더 비싸다. 지난주 공급가격을 보면, 휘발유는 1660원, 경유는 1630원 선이었다. 공급 가격은 휘발유가 더 비싼데,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가 더 비싼 역전 현상이 생긴 것이다. 서울의 한 주유소 사장은 "들어오는 가격과 상관없이 훨씬 많이 팔리는 휘발유를 경유보다 싸게 팔 수만 있다면 매출 증대에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정유사들 역시 경유에서 과도한 이익을 남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휘발유·경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L당 각각 737.26원과 523.27원으로 휘발유가 214원 더 비싸다. 세금을 빼면 공급가는 휘발유 923원, 경유는 1107원 선이다. 경유가 휘발유보다 184원(19.8%) 비싸긴 하지만, 이 가격이 국제시세보다 더 높은 것이 문제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지난달 평균 경유 가격은 배럴당 138.34달러로, 휘발유(117.09달러)와의 가격차는 18.1%(21.24달러)에 그친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가 급등하는 국제시세를 핑계로 경유 가격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유 정유 과정에서 LPG,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이 순서대로 나오는데 경유의 원가가 더 높다고 할 수도 없다.
정부는 작년 7월,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의 85% 수준에 맞추겠다며 경유에 부과되는 세금을 L당 35원 올렸다가, 지난 3월 10일 경유 부과 세금을 L당 57.59원 다시 내렸다.
이제는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았다.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관계자는 "시장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세금으로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