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중고차 시장 달라진 풍경] 경차가 ‘王’ 매물 나오는 족족 팔려 품귀현상
중고 경차 품귀시대다. 팔려는 사람이 줄어든데다 매물이 나와도 무섭게 팔리기 때문이다. 반면 중고차 시장의 인기 차종이었던 레저용차량(RV)은 경유값이 오르면서 찬밥 신세다. 대형차도 비슷한 처지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름값은 중고차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놨다.
30일 오후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64개 업체가 내놓은 중고차 1500여대가 마당(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런데 모닝, 마티즈는 없었다. 한 매매상인은 "경차는 매물이 나오는 족족 팔려 전시할 틈도 없이 동나 버린다"고 말했다.
장안평 D상사 사장은 "지난해만 해도 업체마다 모닝이나 마티즈를 2∼3대씩 갖고 있어 당일 구입이 가능했지만 최근엔 예약을 해도 열흘은 걸린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경차에 대해 ℓ당 유류세 300원을 환급해 주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중고 경차 값이 오르는 이상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통상 중고차 값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기 마련이라 상인들도 이례적으로 여긴다. 덩달아 몇년 전 단종된 아토스나 비스토, 심지어 대우차 티코까지 인기가 올랐다. 매매상인 김모(56)씨는 "경차를 찾는 고객들이 많은데 매물로 나오는 차는 없다"며 "말그대로 경차 품귀현상"이라고 했다.
반면 대부분 경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RV는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서울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따르면 지난 1월 1701대 팔린 RV는 2월에는 판매량이 17.5%나 감소한 1404대에 그쳤다.
대형차도 비슷한 처지다. 2월엔 897대가 팔려 1월 1154대보다 22.3%나 줄었다.
이런 현상은 중고차 시세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경차만 강보합세이고 나머지는 배기량이 클수록 값이 떨어졌다. 소형차는 예전과 비슷하지만 중형차 50만∼100만원, 대형차는 100만∼200만원씩 떨어졌다. RV도 50만∼150만원 하락했다.
고유가는 인터넷 거래 증가로 활력을 잃고 있는 중고차 시장을 더욱 침체시키고 있다. 보통 4, 5월은 중고차 시장 성수기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20년 넘게 중고차 매매를 해온 한 중개인은 "오일쇼크 때 중고차 시장이 반토박났는데 올해가 꼭 그 짝"이라며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무허가 업자들의 불법 매매도 극성"이라고 토로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