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부터는 자동차를 구입할 때 1등급 차량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8월부터 새로 바뀌는 연비등급제에 따라 1등급을 부여받는 차엔 유지단계부터 경차 수준의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로 바뀌는 연비등급에선 차의 크기·무게에 상관없이, 공인연비가 L당 15km 이상인 차에만 1등급이 주어진다. 기존에는 배기량 0.8L 이하부터 3L 초과까지 8개 군으로 나누고, 각 군 내에서 연비가 좋은 순서에 따라 1~5등급을 매겨왔다. 당연히 소형차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1등급 차에 대해서는 고속도로 통행료와 공영주차장 요금 50% 감면 혜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연비가 좋은 소형차에 혜택을 몰아주는 쪽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어, 추가 혜택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승용차 500여 종 가운데 1등급 차량은 40여 종뿐
현재 국내 자동차 소비효율 등급표에 나온 승용차 500여 종 가운데 새 연비등급제에서 1등급으로 남는 차는 40여 종에 불과하다.〈표 참조〉
1등급 차종에는 판매량이 적은 수동변속기 차량이 대거 편입됐다. 자동변속기 차량에 비해 연비가 20%가량 좋기 때문이다. 준중형 이상 급에서는 휘발유 차량보다 디젤차가 많은 것도 한 특징이다. 같은 차급이라면 디젤차가 휘발유차보다 연비 면에서 우수하다.
결과적으로 1등급 차량 가운데 휘발유를 사용하면서 자동변속기를 단 차량은 단 1개 차종도 없었다. 대신 디젤차나 수동변속기를 단 소형차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1등급차의 국내 판매 비중은 전체 승용차의 3% 이내. 당장 혜택을 받는 소비자는 극소수라는 얘기이다.
특히 고급차 중심인 수입차의 경우 1등급 차량 숫자가 격감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제외할 경우, 수입차 중에 1등급 모델은 폴크스바겐 골프 디젤(배기량 2L·자동변속기)과 푸조 407 디젤(2L·수동) 단 2개 차종뿐이다.
국산차도 중소형차와 디젤차, 수동변속기 장착 차종 중심으로 1등급 차량이 재편됐다. 이 가운데 가장 연비가 좋은 차는 현대차의 아반떼 1.6 디젤 수동이었다.
◆디젤·수동변속기 차량의 구매가치 다시 고려해야
고속도로 통행이나 주차장 이용이 많은 운전자라면 연비 1등급 차량을 구입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 볼만하다.
또 수동변속기 차량의 구입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동변속기는 변속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외면받고 있지만, 유럽에선 수동 차량의 비율이 절반 이상이다. 가격도 같은 차종의 자동변속기 모델보다 100만~150만원 이상 저렴하고, 연비가 좋아 1등급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형세단·SUV를 몰면서도 1등급 혜택을 받고 싶다면 현재로선 디젤 수동차량을 모는 수밖에 없다. 현대차 쏘나타·투싼, 기아차 스포티지의 디젤 수동 모델 등이 가능하다.
◆완성차 업체도 연비 더 좋은 차량 내놓아야
일본의 경우엔 운전자가 변속할 필요가 없으면서도 수동변속기 수준의 연비를 내는 무단변속기(CVT)가 일반화돼 있으며, 값도 수동변속기 차량보다 별로 비싸지 않다. 그러나 국산차의 경우 이 같은 무단변속기를 제공하지 않아 1등급 차량의 대부분이 조작이 불편한 수동변속기 차량이 돼 버렸다.
또 유럽의 경우에도 수동변속기를 차량이 알아서 조작해주는 듀얼클러치변속기(DCT)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수입차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변속기를 달고 1등급 연비를 받은 폴크스바겐 골프 디젤이 바로 듀얼클러치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연비가 수동변속기 수준이면서도 변속하는 속도는 자동변속기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국내 완성차의 경우, 편의장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도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엔진·변속기 기술과 차체 경량화 등에서는 아직 일본·유럽과 격차가 있다. 소비자가 굳이 수동변속기 차량을 구입하지 않아도 연비 1등급의 차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연비가 뛰어난 신차가 다양하게 출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