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값이 계속 올라 휘발유 값 대비 90% 수준을 넘으면서 국산 디젤 승용차들은 판매가 크게 줄었다. 반면 수입 디젤차는 경유 값 인상에 아랑곳없이 판매 호조를 기록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디젤 승용차 국내 판매현황에 따르면 경유 값이 크게 오른 지난 1~3월 국내 자동차메이커들이 판매한 디젤차는 총 47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811대보다 102대 적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i30 디젤차가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이 디젤차에 관심을 덜 보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판매되는 국산차 10개 차종 중 아반떼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늘었을 뿐이다.
이와 달리 국산 SUV와 수입 디젤차는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산 SUV는 올 1~3월 5만4026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의 5만786대보다 6.4% 늘었다.
수입 디젤차의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올 1~3월 수입 디젤차 판매대수는 총 282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21대보다 1000대 이상 많아졌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월에는 14.7%였으나 올 3월에는 18%로 증가했다.
또 수입 디젤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폭스바겐 등 7개 메이커의 2007?2008년 1~3월 판매대수를 비교한 결과, 폭스바겐의 경우 지난해 1~3월에는 49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으나 올해에는 993대로 2배 이상 많아졌다.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257대에서 올해에는 387대로, 벤츠는 142대에서 268대로, 볼보는 151대에서 328대로, BMW는 69대에서 176대로 늘어났다.
자동차업계는 같은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에서 이처럼 상반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소비자의 성향에서 찾고 있다. 국산 디젤 승용차 소비자들은 연비와 연료값 등 경제성을 중요한 요소로 판단, 경유값 인상에 민감하다. 게다가 휘발유를 쓰는 같은 모델보다 차 가격이 200만원 이상 비싸 경제성이 훼손되면 구입을 꺼려할 수 있다.
국산 SUV 소비자들은 가격이 중형 세단 이상 되는 차를 사는 만큼 경제성보다는 레저활동 등 라이프 스타일과 용도에 초점을 맞춰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수입차 소비자들의 경우 가솔린보다 뛰어난 디젤엔진의 파워, TDI와 HDi 등 새로 개발된 친환경 디젤엔진의 경제성과 고성능 등을 중시한다. 디젤엔진에 노하우를 지닌 유럽 메이커들이 디젤 마케팅을 적극 펼친 결과, 소비자들이 디젤엔진을 과거 트럭이나 얹는 열등한 엔진에서 우등 엔진으로 인정해주는 인식의 전환도 한몫했다. 여기에 현재 판매되는 수입 디젤차는 40종을 넘을 정도로 라인업을 다양하게 갖춘 것도 디젤차 수요를 증대시키고 있다.
박은석 수입차협회 과장은 “지난 2005년 수입 디젤승용차 판매가 허용된 이후 푸조, 폭스바겐 등 디젤엔진 경쟁력을 갖춘 유럽 메이커들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판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매년 새로운 디젤 모델이 추가되고 있어 디젤차의 시장 점유율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또 “경유값 고공행진으로 판매가 다소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가솔린엔진보다 연비가 뛰어난 디젤엔진의 장점이 부각돼 큰 틀에서 보면 디젤차 판매대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폭스바겐 관계자도 “디젤차를 처음 수입해왔을 때는 소음, 진동, 매연 등 디젤엔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러나 친환경 고성능 디젤엔진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디젤 선호도가 높아져 지금은 같은 모델의 경우 가솔린차보다는 디젤차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