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왜 은색이 많을까?"[카&라이프]
1900년대 초. 이미 모터스포츠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메르세데스벤츠 레이싱팀은 고민에 빠졌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라이벌팀들과의 기록 경쟁은 이제 불과 수 초차. 엔진 성능 다음의 문제는 경량화였다. 운전자의 안전장비와 달리는데 필요한 장비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떼어냈지만 아직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가볍게 더 가볍게를 고민하던 메르세데스벤츠 레이싱팀은 결국 경주용차의 차체를 덮고있는 하얀 페인트를 모두 벗겨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지금처럼 도장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터라 페인트를 모두 벗겨내자 기대 이상의 경량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페인트를 벗겨낸 탓인지, 팀의 지극정성 탓인지 벤츠 레이싱팀은 페인트를 벗긴 후 처음 참가한 대회에서 경쟁사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다.
벤츠가 얻은 것은 우승컵 뿐이 아니었다. 페인트를 벗겨내는 획기적인 발상은 은빛 화살처럼 반짝이며 트랙을 달리는 퍼포먼스로 관중들의 마음속에 강하게 각인됐다. 지금은 벤츠의 고유 색상으로 여겨지는 '애로우실버(Arrow Silver)'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벤츠는 이후 브랜드 로고나 디자인에 이 '애로우실버' 색상을 적극 활용, 계산되지 않는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
형형색색의 수입차가 한국 도로를 누비는 요즘이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자동차의 색상에도 트렌드와 전통이 있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저마다 고유의 DNA를 가진 색상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관리 쉽고 무난한 은회색이 최고!=국내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벤츠와 BMW 등 프리미엄 세단들은 대체로 은색, 혹은 회색의 판매 비중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색상이 대체로 보수적인 국내 수요층의 성향과도 맞아떨어지면서 판매 호조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초대형 세단의 경우 검정색 비율이 높지만 S클래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라인업에서 은색이 절대적으로 많이 출고되고 있다"며 "은색은 관리가 수월하고 튀지 않는 색상이면서도 벤츠 브랜드 자체를 상징하는 색이어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BMW도 유난히 은회색 계열의 모델이 많이 판매된다. BMW의 한 관계자는 "전체 판매되는 차종의 70% 이상이 회색, 혹은 은색 계열"이라며 "BMW는 얼핏 보기에 같은 듯 하지만 각기 다른 다양한 회색과 은색 도장이 가능해 고객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색상으로 '개성만점'=재규어는 은색으로 대표되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운 브랜드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일찍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하면서 알루미늄이 가진 고유의 금속 색상을 살린 도장처리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영국 최초의 자동차 브랜드인 재규어의 대표 색상은 뜻밖에도 녹색이다. '보테니컬 그린(Botanical Green)'이라 불리는 이 색상은 과거 영국 레이싱팀이 이 색을 대표 색상으로 사용하면서 그대로 재규어의 색이 됐다.
렉서스는 IS250 모델을 출시하면서 국방색을 착색 가능하도록 했다. 이 색상의 공식 명칭은 '미디움 그린 미카 메탈릭(Medium Green Mica Metallic)'. 렉서스 역시 은색과 회색 계열의 차가 주종을 이루지만 국방색 차량은 역동적이면서도 남성적인 멋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폭스바겐은 최근 은은한 물빛에 신비로운 실버펄 색상이 가미된 하늘색인 '아틱 블루 실버(Artic Blue Silver)' 파사트를 출시, 여성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파사트의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인 곡선이 신비한 하늘색과 잘 어울려 입소문이 날로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