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수입차 심리적 국경 무너졌다”
수입차 ‘빅3’ 판매왕들이 말하는 수입차 돌풍 이유
《‘잘나가는 수입차의 동력(動力)은 고객의 세대교체.’ 수입차 회사의 베테랑 영업사원들은 최근 수입차가 약진하는 비결을 이와 같이 진단했다. 과거에는 수입차를 찾는 소비자는 상류 계층으로 한정됐지만 최근 고객의 폭이 크게 넓어졌다는 이야기다. 특히 수입차 ‘빅3’에서 지난해 가장 높은 실적을 거둔 ‘판매왕’들은 요즘 고객의 변화를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었다. BMW, 렉서스, 혼다 판매왕들의 눈을 통해 수입차의 폭발적 증가를 분석해 봤다.》
○ 국산차에 대한 반감도 한 몫
자동차 판매 8년차인 일진자동차(혼다) 김선욱 팀장은 최근 국산차와 수입차 간의 심리적 국경이 무너졌음을 실감했다.
혼다가 한국에 처음 진출한 2004년의 황당한 경험은 전설처럼 돼 버렸다.
당시 한 백화점에 혼다 모델을 전시한 김 팀장은 길을 지나던 50대 남성에게 봉변을 당했다. 그는 대뜸 “한국 사람이 왜 일본차를 파느냐”며 욕설까지 섞어 김 팀장을 나무랐다. 김 팀장은 명함을 건네며 차의 강점을 열심히 설명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최근 김 팀장을 찾아온 그 고객은 달라져 있었다. 당시 받은 명함을 간직하고 있다가 김 팀장을 찾은 그는 “요즘 혼다의 가격과 성능이 합리적이어서 많이 타고 다니더라”며 혼다 ‘CR-V’를 계약했다. 김 팀장은 그 고객으로부터 다른 고객까지 소개받아 3대를 더 팔았다.
김 팀장은 “국산차에 대한 반감으로 오히려 이익을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 고객은 ‘국산차 가격이 너무 올랐다’ ‘높은 연봉 받으며 파업하는 노조가 얄밉다’며 수입차 매장을 찾기도 한다는 것.
수입차의 가격 인하도 심리적 장벽을 없애는 데 한몫했다.
13년 경력의 프라임모터(렉서스) 왕석철 부장은 “5년 전만 해도 아무리 비싼 가격이더라도 ‘수입차니 비싼 게 당연하다’며 현금을 불쑥 내놓고 가던 고객들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고 털어놨다. 체면을 차리면서 명품을 고르곤 했던 수입차 고객들이 시장에서 물건값을 흥정하듯이 ‘깍쟁이’로 바뀌었다.
○ 여성의 목소리 커져
판매왕들은 수입차 결정권이 상당 부분 여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요즘 자동차 전문가 수준의 여성 고객 앞에서 전문성이 없거나 과대 포장으로 설명했다가는 큰 코를 다치기 십상이다. 영업사원의 설명에 고개만 끄덕이던 과거 여성 고객이 아니다. 전시장을 찾는 요즘 여성 고객은 브랜드별 품평을 쉽게 줄줄이 늘어놓는다.
도이치모터스(BMW)의 김태형 차장은 “아내의 설득에 못 이겨 계약을 취소하거나 차종을 바꾸는 남편들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요즘 여성 고객은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를 많이 따진다”고 말했다. 또 “여성 고객 모임에 나가면 자동차 얘기가 자녀 교육, 부동산에 뒤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