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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미 자동차 '가격 엑스레이' 찍어보니…국내 소비자는 봉이더라
업체들 "한국 세금 너무 비싸"
그래서, 세금 뺀 판매가 비교하니 그래도 20% 이상 비싸
수입차는 말할 것도 없고, 국산차의 경우도 내수가격이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의 현지가격에 비해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반입시 관세 8%를 포함, 차값의 20~30%에 이르는 통관비를 물어야 하는 수입차 값이 비싼 것은 일부 인정할 수 있지만, 수출 국산차에 비해 통관·선적 등 물류비가 훨씬 적은 내수 국산차 값이 수출차량보다 더 비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업체 주장은 다르다. 내수시장은 판매가격에 포함된 세금 비중이 너무 높아 해외시장에 비해 비싸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국산차값이 정말 국내에서 지나치게 비싼 것인지, 한국·일본·미국의 같은 모델 유사 사양의 차량을 세금을 전부 제외한 가격으로 비교해 봤다. 또 일본·독일 중형 고급세단의 경우, 같은 조건으로 비교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도 함께 알아봤다.
◆그랜저, 세금 빼면 한국이 미국보다 20% 비싸
한국은 엔진 배기량이 2ℓ를 넘을 경우, 공장도가격에 10% 특별소비세가 붙는다. 또 특소세의 30%가 교육세 명목으로 더 붙는다. 공장도가격에 특소세·교육세를 더한 값의 10%가 다시 부가가치세로 추가된다.
쉽게 말해 공장도가격 1000만원짜리 차량에는 세금 243만원이 붙는다. 역으로 계산하면 판매가격의 약 19.6%가 세금이다. 반면 일본은 공장도가격에 소비세 5%가 붙는 게 전부다. 미국은 아예 판매가격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현대차 그랜저 3.3의 한국·일본·미국 판매가격을 세금을 뺀 뒤에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랜저 L330 TOP 메모리팩의 국내 판매가격은 3684만원이다. 세금을 제외하면 약 2962만원. 일본에서 이와 사양이 비슷한 모델인 그랜저 3.3 GLS L패키지는 약 2985만원, 이 가격에 포함된 소비세를 빼면 약 2842만원이다. 미국의 경우 아제라(그랜저의 미국 현지명) GLS에 최고급 패키지를 더해 사양을 비슷하게 만든 모델의 값은 약 2545만원. 여기에서 차값에 붙는 관세 2.5%를 역산해서 빼면 약 2480만원이다.
판매가격에 붙는 세금 부분을 빼고 보면, 한국과 일본의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 19%나 비싸다. 미국으로 보내는 선적비용까지 감안한다면, 같은 모델의 한국시장 가격이 미국보다 20% 이상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가격 차이는 고급 차로 올라갈수록 더욱 커진다.
미국 자동차시장이 경쟁이 극심해 현대차가 값을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 없는 구조라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내수시장의 국산 고급차 값에 일부 거품이 끼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 고급세단 거품 가장 커
수입차는 어떨까? 렉서스의 중형 스포츠세단 GS350을 세금을 빼고 비교하면, 한국시장 가격은 약 5877만원이다. 일본에서 비슷한 사양의 값은 4852만원(소비세 제외), 미국에선 5097만원(관세 제외)이다. 일본·미국 사이엔 가격차가 거의 없는 수준이지만, 한국은 일본보다 21% 정도 비싸다.
국내시장 가격에 거품이 다소 끼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통관비용을 감안하면 폭리 수준은 아닌 셈이다. 개인이 이 차량을 일본에서 구입해 반입하려 해도 차값의 30% 이상에 이르는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수입차 역시 중·소형차로 내려갈수록 한국과 일본·미국의 가격차가 줄어들고, 대형차로 갈수록 가격차가 커지는 특징을 갖고 있다. 렉서스의 최고급세단 LS는 세금을 빼고도 미국보다 국내 가격이 60~70% 정도 비싸다.
독일 고급세단은 미국·한국의 가격 차이가 크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세단 E350 아방가르드의 세금을 뺀 국내가격은 약 8193만원으로, 비슷한 사양의 미국가격 5572만원(관세 제외)보다 47%나 비싸다. 물론 S클래스 같은 대형차로 가면 거품은 더 커진다.
SK네트웍스 같은 비공식수입업체가 벤츠·BMW·아우디·렉서스의 중·대형 세단만 수입해 판매하는 이유는 그 이외의 차들은 미국에서 수입해 팔아 이득을 남기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일·일본 공식수입업체의 고급세단에 낀 거품이 줄어들수록, SK네트웍스가 '활약'할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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