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미국서 사오면 1000만원 절약
현대차가 오는 6월부터 미국에서 제네시스 3.8ℓ급 기본 모델을 3만2000~3000달러(3100만~3200만원 정도) 수준에 팔 것으로 알려지자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들을 ‘봉’으로 여기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 3일 하얏트호텔에서 현대차 미국법인 딜러 대표단 23명과 조찬을 가졌다. 이 모임에 참석한 미국의 딜러는 “제네시스의 미국 기본 모델 가격이 3만2000~3만3000달러 선이 적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용 제네시스 3.8ℓ급 기본모델(BH380)이 528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판매용이 2000만원 가까이 싼 것이다. 이 미국 모델을 한국으로 역수입할 경우 관세 240만원, 특소세와 교육세 및 부가가치세 787만원, 운송료 200만원 등을 내더라도 내수용보다 1000만원 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 소비자들보다 1000만원 정도 비싸게 산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옵션 끼워팔기를 통해 판매 가격을 높이는 현대차의 판매전략이 제네시스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소비자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제네시스 3.3ℓ 기본형 구입자가 50만원 정도 되는 선루프를 장착하고 싶으면 내비게이션 등으로 구성된 통합 패키지을 560만원 주고 사야 한다. 게다가 이 패키지는 기본형보다 차 값이 470만원 더 비싼 고급형을 살 때만 선택할 수 있다. 선루프 하나 달려면 1000만원 이상 더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내용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나오자 다음과 네이트 등에 실린 관련 뉴스에는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댓글이 수 백건씩 붙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현대차 불매운동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거둬들이는 이익을 바탕으로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앞으로도 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소비자들을 소홀히 한다면 토요타, 닛산 등 일본차 메이커에게 국내 소비자들을 빼앗겨 성장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