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막을 내린 '2008 제네바모터쇼'의 큰 특징은 '중립적인 장소'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모터쇼라는 것이다. 스위스는 양산차(量産車)를 생산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국 자동차산업의 '텃세'가 없어 특정 지역 회사들의 일방적인 홍보무대가 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제네바모터쇼는 예전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구미권 부유층이 즐겨 찾는 모터쇼였다. 이 때문인지 제네바모터쇼는 수퍼카(super car), 익조틱카(exotic car·특이하고 실험적인 차), 고급차의 전시 비중이 다른 국제모터쇼에 비해 큰 편이다.
'부자들을 위한 차'로 롤스로이스는 팬텀 쿠페를 새로 내놓았다. V형 12기통 6.7L 엔진을 얹어 453마력을 내며, 알루미늄 차체는 하나하나 장인의 손으로 용접해 만들었다.
아우디는 배기량 6L에 12기통짜리 첨단디젤 엔진을 장착한 고성능 스포츠카 아우디 R8 TDI 르망(Le Mans)을 선보였다. 최고출력이 500마력에 달해, 디젤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2초 만에 끊는다.
재규어는 5인승 스포츠 세단 XF를 출품했다. 21가지 변속 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스포츠카 못지 않은 다양한 드라이빙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제네바모터쇼도 최근 전세계에 불어닥친 친(親)환경차 물결을 외면하지는 못했다. 메이커들마다 휘발유·디젤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연료를 아끼는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았고, 대체연료를 사용해 지구온난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차량들도 대거 등장했다.
실용적인 소형차나 인도·중국차도 관심을 끌었다. 도요타가 작년 프랑크푸르트에 공개했던 초소형 4인승 자동차 'iQ'의 양산형 모델이 처음 선보였다. 또 인도의 타타가 올 1월 선보인 250만원짜리 초저가차 '나노'도 유럽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중국의 토종 자동차회사 BYD도 이번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으로 유럽진출을 알렸다.
→ 제네바모터쇼 이외의 다른 국제모터쇼
매년 1월 열리는 디트로이트모터쇼는 미국 빅3(GM·포드·크라이슬러)의 잔치다. 최근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9월쯤에 열리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는 주로 벤츠·BMW·아우디·폴크스바겐의 첨단기술을 알리는 장소로 활용된다. 홀수년은 승용차 중심, 짝수년은 상용차 중심으로 열린다. 도쿄모터쇼는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안방잔치다. 내수시장 침체와 외국차 진입이 어려운 특성 탓인지 국제모터쇼치고는 매우 조용하다. 최근 격년제로 바뀌어 홀수해 10월에 열린다. 파리모터쇼는 짝수해 10월 열린다. 이외에 올해 4월 20일 열리는 베이징모터쇼는 선진국 모터쇼보다 수준은 떨어지지만,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시점이어서 주목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