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의 고급화 바람 속에 높은 단수의 자동변속기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내 완성차가 업계는 신차를 대상으로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가리지 않고 6단 이상의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바야흐로 자동변속기의 고단수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 국산 자동차에 부는 자동변속기 고단수화
자동변속기는 기계적으로는 달리는 속도에 따라 클러치 조작 없이도 기어가 자동으로 조작되는 변속기를 뜻한다. 최근 국내에서 기본적으로 장착되던 4단. 5단을 넘어 6단. 7단에 이르는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모델도 선보이고 있다. 수입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높은 단수의 자동변속기 성능을 일반인들도 보다 쉽게 경험할 수 있게 됐다.
국산 모델 중 가장 높은 단수의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은 지난 2월 출시된 쌍용자동차의 체어맨W로 7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앞서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프리미엄 세단으로 제네시스도 후륜구동 6단 자동변속기를 갖췄다.
비단 대형차뿐만 아니다. GM대우의 중형세단인 토스카도 올해 1월부터 판매되는 차량에 대해 4600억원을 들여 개발한 최첨단 하이드로매틱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GM대우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09년부터는 중소형차에도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SUV 역시 이 흐름에 예외일리 없다. 르노삼성이 최초로 선보인 SUV 모델인 QM5와 현대자동차의 베라크루즈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대형 SUV인 모하비에도 6단 자동변속기가 달렸다. 최근 SUV 차량이 세단 수준의 승차감과 다이내믹한 성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QM5를 구매한 회사원 박종태(32)씨는 “SUV 차량임에도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안정적인 가속 능력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며 만족해했다.
◇ 7단이 4단보다 뭐가 좋은 거야?
회사원 윤수연(29)씨는 요즘 차량 구매를 앞두고 한창 저울질을 하고 있다. 윤씨는 “같은 모델인데도 지난해 모델과 올해 모델이 자동변속기 단수에 따라 가격 차가 나서 고민된다”며 “자동변속기 단수가 높을수록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윤씨의 경우처럼 주로 도심에서 운행한다면 단수 높은 차량변속기의 효용성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예민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경제 속도 수준에서 변속기의 차이를 느끼기는 쉽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은 자동변속기를 운전을 편하게 해주는 일종의 편의장치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자동변속기는 엔진 성능. 구동계와 함께 차량의 전체적인 성능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이다. 토요타.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자사 주력 차종에 6단 이상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데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차세대 자동변속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단 단수가 높은 자동변속기는 고속 주행시 변속 구간이 세분화돼 변속시 이른바 ‘출렁거림’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가속감과 승차감이 좋아진다. 승차감을 중시하는 고급차에 높은 단수의 자동변속기가 장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자동변속기의 단수가 높아질수록 파워전달이 훨씬 용이해 연비측면에서도 후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4단에서 6단으로 올릴 경우 최대 8%의 연비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자동변속기의 연비 수준이 수동변속기를 따라잡을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자동변속기의 무게 등을 줄여 연비를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임홍규기자 hong77@-주소창에 '스포츠'만 치시면 스포츠서울닷컴 기사가 한눈에! Copyrights ⓒ 스포츠서울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