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최 사장, 신차 발표장서 얼굴 붉힌 까닭은
"체어맨W는 국산차와는 비교하지 않는다니까요." 지난달 2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쌍용자동차의 체어맨W 출시 행사장. 쌍용차의 최형탁 사장이 한 기자의 질문에 발끈했습니다.
최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평생을 자동차업계에 몸담아 왔습니다. 무쏘·렉스턴·로디우스·액티언 등 쌍용차가 내놓은 대부분의 히트작이 그의 작품입니다. 대단한 실력가죠. 그러나 최 사장은 조용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더 유명합니다. 그런 그가 공식석상에서 발끈하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그날 행사장은 자동차 담당 기자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체어맨W가 1억원이 넘는 국산 차량의 플래그십(대표차량)이기 때문이죠.
최 사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갈수록 고급차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수입차에 대응하기 위해 4~5년 전부터 구상한 것이 체어맨W다. 우리는 처음부터 국산차를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행사가 끝난 직후 기자들은 최 사장에게 몰려가 다양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단은 뒤늦게 참석한 한 기자가 "일각에서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경쟁할 거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면서 벌어졌습니다.
순간 최 사장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중복되는 이야기지만 저희는 체어맨W를 국산차와 비교하지 않습니다. 체급이 다릅니다. (현대기아차에서) 판매전략상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는 몰라도 체급과 가격대 모두 완전히 차별화돼 있습니다." 엔지니어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모습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쌍용차 직원들도 "최 사장이 저렇게 흥분해서 얘기하는 건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올해 초 현대차의 제네시스와 기아차의 모하비가 출시될 때도 비슷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현대기아차의 정몽구 회장이 직접 제네시스 발표회에 나와 "수입차에 뒤지지 않는다"며 최 사장과 마찬가지로 자신만만하게 말했습니다.
최고경영자가 뒷전에 있지 않고 직접 신차 발표장에 나와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표명한다는 것은 그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겠지요. 이런 자부심이 국내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