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검은 황제' 인종차별에 눈물
F1 '검은 황제' 인종차별에 눈물
흑인 첫 그랑프리 우승 해밀턴, 스페인서 야유 시달려
한 젊은 흑인이 눈물을 흘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깜둥이는 가라"며 비난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그는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심한 압박을 느꼈다고 한다. 눈물이 펑펑 쏟아질 지경이었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 일은 미국과 서유럽 사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야유를 받은 사람이 '세계 챔피언'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카레이싱 최고봉인 포뮬러1의 '검은 황제' 루이스 해밀턴(23·맥라렌 메르세데스·사진)이 지난 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굴욕을 당했다. 그는 카탈루냐 서킷 대회에 참가했다가 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5천여명의 관중들로부터 인종 차별적 야유에 집중적으로 시달렸다.
해밀턴은 스페인의 카레이싱 영웅 페르난도 알론소의 라이벌이다. 둘은 지난해 같은 팀에 있었지만 서로 갈등을 빚는 바람에 알론소가 팀을 떠났다. 스페인 팬들은 이 때문에 해밀턴에 욕설을 퍼부은 것.
문제는 비난에 시달린 상대가 사상 첫 흑인 포물러1 드라이버인 데다가 지난해 흑인으로서는 최초로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누구도 영웅을 함부로 비난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해밀턴이 인종차별 발언에 시달리자 카레이싱을 주관하는 국제자동차협회(FIA)에서 문제를 삼고 나왔다. FIA는 "인종 차별성 야유는 명백한 FIA 규정 위반이다.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급해진 것은 스페인 측이다. 스페인카레이싱협회 측은 "관중들에게 앞으로 인종차별 행위를 하지 않도록 요청하겠다. 그런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발언하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해밀턴은 16살이던 2001년 카레이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지난해에는 최고수준인 F1으로 승격했다. 지난해 17차례 대회에 나가 4번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흑인이 F1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남태우 기자